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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6. 22:35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1.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인 '온 가족이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것'을 위해 산장 예약을 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준비물들을 준비하고 있다. 등산화에 묻은 흙도 털어내고 등산장비도 꺼내두고 씻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요즘, 생각보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사실은 굉장히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위해 약간 무모해보이는 일을 저질러버리면 신기하게도 절대 생길 것 같지 않던 시간들이 생겨서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게 되는 듯 하다. 7월과 8월의 경계를 행복하게 매듭짓고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 요새는 이상하게 핸드폰과는 계속 거리감이 생겨서 내 시야 밖으로 이 네모난 물건을 밀어내고서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들을 못받는 일이 부지기수. 그 중에는 내가 회신할 수 없는 전화번호도 있는데 굉장히 미안할 따름. 그리고 내가 회신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이 홈페이지를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미안해!

 

3. 스무 두 살, 터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무사히 한국땅을 밟자마자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핸드폰부터 켰었더랬다. 핸드폰 전원이 켜지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전화벨이 울렸고 그 전화의 발신인은 정확히 두 달 뒤 내 남자친구가 됐었다. 어떤 깊은 밤, 선생님 댁에서 몰래 나와 밤길을 산책하며 그가 나에게 건넸던 고백. 정확히 일 주일 뒤 터미널에서 그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는 나에게 지금까지 자기의 이상형은 꾸준히 나였었다고 말을 한다. 나여야만 했다고, 그래서 나 같은 여자를 계속 찾아 헤맸지만 그래도 결국 너는 아니었다고. 그런 그의 이야기에 어떤 감흥도 없는 나를 보며 시간이 흐른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어 정신이 살짝 어지러웠다. 그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나는 지금 내 남자 하나에 에너지 쏟기도 바쁘다고, 너무 좋은 남자 만나 아찔할만큼 행복하다고, 그러니 너도 착한 사람 만나 행복해지라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니 너도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4. 해야할 일들을 서둘러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벌써 시간이 한 달이 지나가버렸고, 재호가 전역을 코 앞에 앞두고 있으니까. 정말 전투적으로 살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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