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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의 위로
위로1. 실은 이 모든 '위로 릴레이'는 김 교수님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수님은 요즘 당신이 읽고 계시는 책들과 근황을 재밌게 들려주시면서,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오셨다.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는 나의 말에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성장하는 법이지. 분명 이 시간이 지나면 많이 성장해 있을거란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를 묵묵히 보내다보면, 나도 모른 새 절망이 끝나있는 날이 올 것이야." 위로2. 광복절에는 새벽 일찍 아버지와 산에 갔다. 몸이 불편해진 뒤로 더욱 방 밖을 나서지 않는 딸을 염려했던 아버지는 전 날 내게 여러 번 신신당부를 했다. "내일 꼭 산에 가자."며칠 내린 비에 고운 흙이 ..
2025.08.18 -
한때는 분노했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며칠 오른쪽 몸에 경미한 마비가 와서 생활이 어려웠다. 마비가 시작되던 초입에는 김 교수님을 봬러 갔는데, 티 내지 않으려 했으나 본의 아니게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증상이 심해져 거동이 한참 어려웠다. 이 박사님께는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결국 말했다. 박사님은 역시나 한참 내 걱정을 하며 지금은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이 먼저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엔비디아와 이더리움이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 생각이 많이 난다. 잘됐다, 기쁘겠다, 맘 고생하지 않겠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해진다. 살면서 가장 고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나와 그의 삶은 너무나 다른 것 같아..
2025.08.14 -
방 정리, 재건
#1.방 정리를 하였다.죽음을 상정하고 행한 것이니 유품정리라고 해야할까.애시당초 짐이랄 것이 거의 없음에도 치울 것은 늘 있기 마련. 신기하다. 지금와서 돌아보니버리고 비우는 것이 취미라 좋은 점도 있지만 때문에 나만의 고유함을 쌓아야 하는 순간에중요한 것을 쌓아나가지 못했던 것도 같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그 사람의 흔적도오늘은 좀 정리하였다.완전히는 아니지만. 오늘로 지난 날을 모두 무너트리고새 날을 재건하자.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 현진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쓰지 않는 새 디퓨저를 선물로 주고정말 오랜만에 차와 밥과 술을 먹었다. 그 역시 존재가 아닌 연애와 결혼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 우리의 대화는 끊임없이 빗나가고 어긋나기 일쑤였고나는 그 속에서 대체로 답답했고 혼란스러웠다...
2025.08.02 -
창환선배와 보낸 반나절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집 밖에 나갔다. 대전에 출장 오신 창환선배가 억지로(?) 끌어내주신 덕분. 식전에 차 한 잔 하며 긴 대화를 했고, 선배께서 맛있는 스시를 사주셨고(요 근래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 웬일로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 또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걸었다. 그 모든 시간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생각을 여러가지 했는데 다음과 같다. - 고통스럽지만 그저 손 놓고 이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위해 한 발자국씩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 브랜드를 만드는 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삶. - 사는 것만큼이나 죽는 것도 쉽지 않다. - 축을 단단히 세우고 타인에게 기대지 (의지하지) 않고..
2025.07.02 -
창환선배
참다 못한 창환선배가 카톡을 하셨고 할 수 없이 연락을 받았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선배는 '이런 말 듣기 싫겠지만 그렇게 정신 놓고 있으면 안돼. 계속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고 뭐 나오는거 아니다. 너는 너를 챙겨야지, 너를 아껴야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무너지는지 모르겠다. 힘을 내보려고 바득바득 노력하는데 힘이 나지 않는다. 눈물만 나고 삶의 의지는 저 깊은 곳으로 계속 푹 푹 꺾인다. '사는거 원래 고통이야. 이거 지나면 더 큰 고통이 오고, 또 더 큰 고통이와.' 맞는 말인데, 나는 점점 주눅들기만 한다. 나도 모르겠다.
2025.06.17 -
다시 차분해졌다.
꽃이 피면 벌은 저절로 온다. 그 말 앞에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향기가 나면 자연히 벌이 올텐데, 나는 무엇이 그리 불안하고 두려워 그 사람에게 안달복달 했을까. 시간이 지나 냉정하게 곱씹을 수록 그의 형편 없음에 기가 막힐 따름인데. 꽃이 피면 된다. 가득 꽃 피우자. 힘을 내서 꽃대궁 밀어올려, 환한 꽃을 틔우자.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