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2. 15:45ㆍessence, existence/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
지난 19일, 서촌 그라운드시소에서 진행하는 요시고yosigo 사진전에 다녀왔다. (Photograghs by YOSIGO, Holiday Memories)
엄청나게 많은 관람객들에 치여 사진전을 간건지 사람전을 간건지 모르겠다는 후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나는 애초부터 오픈런을 하기로 맘 먹고 새벽 일찍 서울행 기차에 몸을 던졌다.
작가의 예명 YOSIGO는 스페인어로 'Yo sigo'(영어로는 'I continue'), 그러니까 계속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 아버지가 지어준 시에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한다. (참고로 작가의 본명은 Jose Javier serrano이다.)
사람들이 그의 사진전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사진이 현실과 환상 그 경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환상적인 여행, 특히 여름 여행에 대해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 없다'고 외치는 듯한 이미지 속에서 작게나마 숨통을 트는 것이다.
한 마리의 자유분방한 무스탕을 보는 것 같았던 인터뷰와는 달리 그의 사진은 여리고 섬세한 감성과 관찰과 끈기가 빚어낸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즉흥성이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이나 일본에서 찍은 사진 등 몇 섹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진들은 작가가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며 건져올린 무엇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며 익힌 감각이 사진과 만나 빚어내는 시너지 역시 무척 좋았다. 어느 정도 그가 디자이너 출신일 것이라는 눈치를 채고는 있었다. 배움이나 고민 없이 '그냥' 나오기에는 그의 감각이 너무 잘 다듬어져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던 탓이었다. 특히 균형감! 그가 다루는 빛, 색감, 기하학적 요소 중 일부는 약간 강박스럽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동시에 그런 '강박스러움'이 없었다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고향 산세바스티안의 사진이 본 전시의 메인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실제로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섹션의 전시가 좀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양반이 찍은 데일리한 포토들, 건물들, 다큐멘터리 작업, 부다페스트의 작업들 말이다. 대체로 좀 더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작업들, 상대적으로 덜 정제된 원당 같은 느낌이 드는 사진들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할인 티켓 예매 / 평일 오픈런 / 사진 촬영에 대한 정보 (8/19일 기준)
티켓은 KT멤버십으로 50% 할인된 가격(7,500원)에 구매했다. 1인 2매까지 구입이 가능하니, 본인 혹은 함께 가는 사람들 중에 KT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할인권을 살 것을 강력 추천!
그라운드시소에는 9:20분 쯤 도착했는데 티켓부스는 오픈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발권이 시작됐고 나는 대기번호 9번으로 표를 받았다. 9:30분까지도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돌아왔더니 티켓 부스 앞 줄이 무척 길었다. (9시 55분경)
아무리 일찍 와서 대기표를 받았어도 10시 전에는 전시장에 도착해야 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1번 대기자부터 순서대로 입장시키는지 않았다. 특정 구간(예를 들자면 1~40번째 대기자)라면 순서 상관없이 그냥 입장시키는 것 같은 느낌? 예를 들어 나는 9번째 대기자였는데 40번째 대기자가 나보다 먼저 입장을 했다. 9시부터 와서 줄서서 표 받았는데 늦게온 다른 사람들보다 입장이 늦으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내외를 포함해 모든 사진 촬영(당연히 동영상 포함)은 불가능했다. 이에 동의하는 자에 한해 구두로 서약을 한 뒤 입장을 시킨다. 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 야외에 설치된 사진(사진 위에 물을 담아 수영장처럼 보이게 한 작품)의 경우 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그 때 마다 행사 스태프가 제지하곤 했다. 이 전시가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고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있겠다는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그런 관람객들을 보니 약간 꼴사나웠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입으로 내뱉은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허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관람을 방해 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온라인에 릴리즈 된 사진들 몇 장을 가져와 정리한다. 실제로 전시회에서 마음에 들었던 사진과는 무관하다.
산 세바스티안의 바다와 해변
물을 소재로 한 사진들이 참 아름답다. 특히 물색이... 관광객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나는 이응노 화백의 군상이 계속 떠올랐다.
사막
창문
창가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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