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1. 00:41ㆍ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1. 겉돌지 않고 온전하게 스며드는 대화를 하고 싶다. 서로를 잔잔하고 담백하게 살피고 쓰다듬는 대화.
2. 함께 일을 하는 주무관님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면식이 없는 분인 데도 그 분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이 주는 맑고 밝은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되서 그런 듯 하다. 내가 주무관님 나이 즈음 되었을 때 그런 기운이 흘러나올 수 있을까?
3.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해야 하는 순간마다 참지 못하고 엄청난 분노를 쏟아 내게 되는 시간이 계속 된다. 그 분의 행동이 짐짓 젠틀하고 점잖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서, 즉, 교활하다고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가 상대적으로 약한 대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님이 확실하다. 그 분이 교활하든 혹은 내가 그 분을 무시하는 것이든 - 어떤 순간에서도 내 태도가 부드럽고 단호했으면 좋겠다. 날서고 매섭고 차갑고 무례한 언행을 단호함으로 착각해서는 안될텐데.
4. 남자친구가 오늘 본 영화의 내용을 들려주었다. '믿음, 신뢰, 전 여자친구, 술, 선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과 같은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뻣뻣하게 굳는 것만 같았다. 요즘 나는 애써 괜찮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으며, 그렇게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밖에서 관찰 가능한 것보다 내가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훨씬 깊고 더디게 아무는 듯 하다. 특히 상처가 불쑥 튀어나오는 날에 몸이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 상처의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했다. 상대는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 많이 염려하고 또 마음 아파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헤아리려 노력 한다해도 결국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순간이 오면 외로워진다... 지금 이 순간 나 스스로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성숙하게 사랑에 임하자는 것과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마음이 '비합리적 의심'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이고 타당한 감정이라는 것. 여태껏 쎄했던 촉이 다 맞았음을 기억하고, 불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불편해하며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자.
5. 조금 힘들더라도 무르익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갖자. 몸을 쓰고 운동하는 시간도. 오늘 수강생이 해주신 이야기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데 돈을 아끼지 말자.
6.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송의 흔적을 보았다. 얼마 전 우연히 한 예능의 클립영상(환승연애-나언이 현규에 대한 인터뷰 도중 고마워하다 눈물을 보인 장면)을 보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송을 떠올렸다.
고마워, 너는 정말 내 삶 통틀어 가장 고마운 존재였고 첫사랑이었어. 너를 만나고 너에게서 떠나온 모든 시간들이 내게 보석처럼 귀해. 너와 나의 관계는 완벽하게 끝났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네가 진심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어.
7. 남자친구가 바뀌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가 그 자체로 잘 존재했으면 좋겠고, 나도 나 그 자체 대로 잘 존재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삶을 해치지 않고 서로가 있어 행복해지고, 잘 성장해 나가길 원한다.
8. 왜 나는 그에게 오늘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몸과 마음이 어떠한지 꼼꼼히 체크하면서 정작 나 스스로에겐 그러지 못하나. 내 가족에겐 그러하지 못하나. 그에게 보여주고 베푸는 마음의 절반 조차도 스스로와 가족에게 허락치 않나.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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