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8. 00:18ㆍ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1. 어제는 몇 년 만에 정윤오빠를 본 자리에서 결혼을 앞둔 그의 여자친구를 소개 받았고 저녁을 먹었다. 결혼을 앞둔 정윤은 여전히 철이 없어 보였지만,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은 정말 많아 보였다. 생각해보면 정윤 알고 지낸지도 7년~8년 이네. 많이 행복해라, 정윤!
2. 둔산동에 있는 굉장히 유명한 낙지볶음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S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몇 년 동안 그 집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그곳에서 결혼을 앞둔 정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낚지볶음을 퍽퍽 퍼먹었다. 그렇게 한 때의 기억이 서렸던 공간이 또 다른 추억과 기억들로 덧입혀지고 또 덧입혀져 가는 과정이 삶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려나.
3. 그 자리가 파한 뒤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랜만에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왔다. 나는 정언니 커플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참으로 편안하고 다정하고 따듯했다. 그런데 하필 같은 자리에 K 선배도 있었는데,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고 그 어떤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한 때 가깝게 지냈던 선배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약간 묘했고, 그렇다고 막상 서로를 모르는 척하는 상황이 너무 불편하거나 힘들지도 않았다. (내가 선배를 좋아했었더라면 힘들었으려나? 선배는 나를 보는 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선배가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채 관계가 흐지부지 됐기 때문에 천만다행이다.
4. 이상하게, 그 날 저녁에는 가슴이 저미고 약간 울적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카톡으로 친구가 좋은 음악을 하나 보내주었다. 그걸 듣는데 기분이 다시 산뜻해졌다. 음악 한 소절에 가슴이 찌릿했다가, 음악 한 소절에 위로받았다가, 다정한 미소와 말 한 마디에 활짝 웃었다가,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일까.
5. 사람 맘이 간사하게도 - 지난 한 주는 S가 그리워 힘들었지만 또 곧 괜찮아졌다. 나 싫다고 떠난 사람에게 미련을 갖는 것도 우습고 씁쓸하다. 네가 이별을 원했고 떠났다는 사실을 나도 이제 맘으로 받아들였어.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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