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9. 05:14ㆍ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1. 일이 바빠 한 몇 달 간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쪽잠)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맘 놓고 잠을 잔다. 그러면서 부터 거칠었던 피부가 좀 반질반질하게 돌아오고 붓기가 빠지며 체중이 줄어든다. 역시 모든 건강한 생활의 시작은 잠과 밥으로 부터 시작한다. 나를 건강하게 지킨다는 것은 식사와 수면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응당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2. 올해는 일 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분기가 되는 해인 것같다. 일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일이 들어오는 흐름에 다소간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을 해서 좋은 결과물 내는 경험을 꾸준히 하면서 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 것 같기도 하고. 일에 짓눌려 지내는 생활이 힘들고 버거운건 사실이지만, 반대급부로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능적이고 효율/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되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3. 역시 사회생활은 인간관계를 깊이 맺지 않는 것이 짱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인간사의 온갖 찌질하고 귀찮은 일들은 대체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고, 엉뚱한 대상에게 필요이상의 애정이나 감정을 쏟아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어떤 부분에선 자업자득이다.
4. 나에게는 현란한 말보다는 알찬 삶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멋져보이지만 실상은 텅 빈 것보다는 부족하고 투박해도 내실 있는 것이 의미 있다.
5. 얼마 전 컴퓨터 정리를 하다 우연히 한 영상을 보고 때 아닌 향수에 젖었던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추억은 추억일 뿐이고 결국 지나간 시간이다. 이제는 현재가, 다가 올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언제까지 지나가버린 시간의 바지가랑이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그리움에 푹 잠겨 처연한 맘으로 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그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툭툭 털어버리고 명랑하게 달려나가야 한다.
- 언젠가 이종문 선생님께서 내게 '그 친구 좋은 사람 아닌 것 같다, 헤어지라'고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그 때 어떤 것 때문에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까? 내가 느끼던 불안감, 외로움, 속상함들이 마냥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내가 그 친구에게 잘못했던 것도 많았지만 나 역시 그 친구의 서투름 속에서 많이 힘들어 했었지 않나? 왜 나는 그 사실을 금기처럼 여기며 애써 외면하나? '모든 것이 내 탓이다'라고 여기는 태도는 '모든 것이 네 탓'이라고 우기는 태도 못지 않게 역시 비겁하다.
- 우리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이 아니다.
6. 관념적인 삶과 경험적인 삶에 우위가 있을까? 세상의 다양한 면면을 직접 겪어보지도 않은 채 미리 단정하고 애늙은이처럼 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온갖 상황에 휘말린다고 지혜가 남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균형 뿐이다.
7. 남동생에 대한 생각을 좀 해야 하는데 영 진척이 없다.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막상 생각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래도 최소한 반나절 동안은 줄기차게 동생 생각을 좀 하자. 응?
8. 김조년 교수님을 뵙고 왔다. 존경하는 어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자주 뵙지 못하더라도 교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욱 더 집중해서 듣고 말하고 새기고 누리자고 생각했다.
9. 함께 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악바리'로 비쳐지는 모양이다. 다른 업체 대표 같았으면 벌써 손절했거나 적당히 만들어서 납품하고 끝냈을텐데, 나는 스스로가 만족하고 납득할만한 결과물이 안나오면 성에 차지 않아 작업을 지속한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그런 태도가 고객에게 '저 사람은 장사꾼이 아니네, 프로의식이 있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듯 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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