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에 잠식되는 날들

2022. 4. 24. 10:33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1.

지치고 진도는 영 안나가고, 

밖에 꽃은 흐드러지게 폈다는데 나는 침침한 실내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을 거듭하고 있다.

막막하다. 깊은 물 속에 잠겨 숨이 점점 차오르듯 답답하고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사투해야 하는 시간들이 계속 된다.

 

#2. 

왜 연애를 안하세요 

눈이 높으신거 아녜요

 

이런 질문 종종 듣긴 했지만 요즘은 더욱 자주 듣는다. 

아마 30대 초반의 여자가 선도 소개팅도 연애도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도 몇 년이 됐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퍽이나 흥미로운 모양이다. (내게 말하진 않지만) 어떤 짐작을 하는지도 빤하다.

 

아, 네. 마지막으로 연애 했던 사람을 잊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요. 

마침 일 하느냐 너무 바쁘고 정신 없어 이젠 그런 생각조차 할 엄두가 안나요.

 

그렇게 대답을 하면 희한하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묻지도 않은 자기의 연애사를 털어 놓는다. 

 

내년에 결혼을 하지만 상대를 사랑하냐 물으면 대답을 못하겠어요. 사랑인지는...

저는 이별을 하면 바로 연애를 이어서 했어요. 

(배우자가) 그냥 결혼하기 적당해보여서 결혼했어요. 하지만 맘 깊은 곳엔 그리워 하는 사람이 있어요.

여섯 달 같이 살고 별거 해요. 양가 부모님은 모르세요.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진심을 다해 집중을 해서 듣기는 하지만 애정을 갖고 듣느냐고 묻는다면-그렇지는 않다. 

 

지금의 나는 그들처럼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때론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역시, 그냥 혼자 사는게 최고야. 남자 없이 사니 얼마나 쾌적하고 좋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손익 계산 하지 않고 흠뻑 사랑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게 될까? 너무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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