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2021. 10. 15. 01:15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1. 오랜만에 태성과 점심을 먹었다. 대학 시절 태성과 선욱과 책 모임을 핑계로 만나 그렇게 술만 죽어라 마셔대던 거리를 걷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태성과 선욱 사이에서, 때로는 태성의 영향을 때로는 선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20대를 걸어나왔다. 일에 대한 것만 봐도 사회초년생 때는 선욱과, 사업을 시작하고선 상당 기간 태성과 함께 일을 했었다. 이제 태성은 태성의 길을, 선욱은 선욱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때론 가깝게 때론 멀리 지내며 영향을 주고 받아왔던 사람들로부터 나는 또 멀어져 나와 나의 길을 더듬더듬 찾아 나서고 있다. 각자는 어떤 삶을 걸어나갈까.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2. '너는 정말 아니다'고 판단해 차단한 사람들이 이렇게든 저렇게든 연락해오면 때론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나도 20대 언젠가 저랬던 적이 있어서. 타인에게 'NO'를 말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야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하는 'NO'가 받아들여진다. 예전에는 내 스스로가 타인에게 NO를 하지 못했으니, 나에게 NO라고 하는 타인을 만나면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행태에 분노하거나 매달리거나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애썼던 것이 아닐까.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보내지 못하고 마음에 오래 꼭 붙들고 있던 시간들도 놓아진다.  

 

3. 마음에서 버리기 시작한 것 중 하나는 '어른'이다. 권위있는 어른이 내 존재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들의 권위나 지혜에 기대 어떻게든 시행착오를 줄이고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아내 삶의 불안을 소거하고 싶어했던 마음. 언젠가 김조년 교수님이 스승과 제자를 넘어서는 관계가 되어 자기는 자기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였던 이야기가, 최진석 교수님이 '내 춤을 추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른에게 기대어 생존해오던 어린 마음을 떠나 보내고 나는 기필코 나의 춤을 출테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춤을 출거야. 

 

4. 엄마에게 선언한 것을 꼭 지키자. 잠시 기대고 의지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내 욕망을 꼭 붙들자. 삶의 행복한 순간을 꼭 붙들고, 만끽하고, 사랑하자. 누군가의 덕을 볼 마음을 포기하고 스스로 서는거야. 어른으로. 인생에서 놓치지 말고 꼭 성취해야 하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성취하자. 

타인이 뭐라고 하든, 나는 스스로에게 비겁하지 않으려고 서툴긴 하지만 어쨌거나 애 쓰고 노력하는 나란 인간이 썩 맘에 들어.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자. 

아, 청소도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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