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시작한지 5개월, 그간 배운 것.

2018. 1. 19. 14:5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세 달 여간 고통받았던 프로젝트의 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새하얗게 새벽을 불태우고, 오랫만에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일어나서 이 글을 쓰려고 앉았다.


1. 투정(엄살)

지난 11월부터는 너무 바빠 제대로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11월은 한 달을 통째로 일에 갈아 넣었고, 집에서 자는 날보다 사무실에서 밤을 새는 날이 배로 많았다.

12월도 물리적으로는 도저히 안나오는 1분 1초까지 무리하게 짜내며 연말까지 꽉꽉 채워 일했던 것 같고 

해가 바뀐 이번 달 역시 일의 강도는 11월 말에 버금갈 정도로 셌다. 

투정의 결론. 하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밤을 새고, 잠을 제대로 못자고, 긴장하고,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져

결국 몸이 나빠짐. 흑.


2. 깨달은 점

1. 제 값 못받고 일하면 안된다는 것. 

기관에서 일했을 땐 타 업체 대비 두 배 이상의 금액으로 견적서를 보내는 업체를 보면 괘씸하다고 생각했었다. 절반 가격에도 들어오겠다는 업체도 있는데 도대체 무슨 똥배짱이냐며. 그런데 직접 업체가 돼 일해보니 그런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든 공공기관 하나 물어보겠다고 턱 없는 금액에 선뜻 일을 받았다가 수익은 커녕 (여러 의미에서)지출해야하는 비용만 더 커질 바에야, 그냥 일 안 받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편이 더 인생에 득일지도 모른다. 클라이언트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끼더라도 제 값(과잉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받고 프로페셔널하고 깔끔하게 일해주는게 좀 더 프로스러운 일일지도.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작정하고 '밀어내기'를 하면 방법 없다는 것도 함께 배움.. 일 안 받고 싶다고 버텨도 억지로 일을 떠맡은 을의 마음도..


2. 업무 추진기간과 납품일을 설정할 땐, 무조건 타이트하게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

단순히 사장님 마인드를 갖고 물리적으로 계산하면 안되고, 내가 직원이면 이 일을 완료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은지를 같이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잠깐 담배피러 가기도 하고, 집중이 영 안되서 일의 능률이 안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했던 게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실수였다.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납품 기간 안에 못줄 바에야 일을 받지 않는게, 서로를 위해 좋다. 


3. (디자인 프로젝트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 수준이나 그의 취향을 빨리 잡아낼 것. 

일을 예술창작 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클라이언트나 나 모두가 어려워지는 프로젝트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빨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의 수준과 그의 미적취향을 파악해, 내가 얼마나 이 일에 창작적 열의를 쏟을지 결정하는 편이 좋은 듯 하다. 이것은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는 클라이언트에게 혹시나 싶어 구하기 쉬운 무료소스로 떡칠한 결과물을 보냈더니 '아주 만족스럽다.'고 피드백이 온 이후 배운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무료소스는 절대 쓰고 싶지 않다.'고 버티던 똥고집을 버리니 나도 편하고 클라이언트 만족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 이후, 그간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은 (적어도 일 적인 관계에서는)'가치관'이라기 보다는 '똥고집'에 가까웠다는 것도 깨달았다.


4. 일에 대한 기본적인 요건(수정요청과 관련된 사항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갖고 있을 것.    


5.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방법을 갖고 있을 것. 


6. 아무리 바빠도 제 때 밥 먹고, 조금이라도 눈 붙이고, 운동하는 건 필수적이다. 

쥐꼬리만한 돈 벌자고 건강 잃는거 너무 바보같다. 일하다 저혈당 와서 몸도 못 가누는 상황은 두번 다신 없어야 한다.


7. 공백이 생길 때마다 공부를 해둘 것

 

8. 세상에서 가장 주관적인 단어는 '예쁘다.'라고 생각한다.

이건 투정 섞인 진심이다.


9. 오레오 오즈 시리얼 진짜 맛있다.

새벽 별 보며 일하는 시간을 위로해준 간식의 발견.


10. 투명하게 일할 것.


11.결국 모든 것은 내 부족함 탓. 정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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