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이 아니다

2018. 3. 21. 11:1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여전히 가슴이 왈칵 무너져 어쩔 줄 몰라하는 날들이 있긴 하다. 

술 마시고 연락 안될 때, 가까운 곳에 있어도 잠깐 보는 것 조차 껄끄러워 할 때, 

그래서 '잠깐 얼굴 볼 까?'라고 조심스럽게 내민 제안을 '그럼 다음에'라는 말로 황급히 거둬들일 때 때 등.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시작한 관계 였긴 하지만

외로움과 속상함과 싸우고 있는 순간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 마다... 애처롭다.

그럴 때 마다 나는 혼자서 "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내이는데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게 되고

"나는 그에게 변화를 강요할 수도, 노력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는 변하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이는 것 뿐. 그는 내가 아니니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거듭될 수록, 

그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게 되지만, 반대급부로 그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도 함께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저녁을 때웠다는 말을 들어도 그저 '잘했네.'라고 말하거나

한 달 넘게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그래, 너 시간 날 때 편하게.'라며 말하거나 하는 순간들은 

이전의 연애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 

어쩌면 그의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였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애정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주 천천히 그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감당해보자며 그 친구에게 치열하게 주문하고 나 역시 변하려고 노력하던 시간들은 끝이 난거다.

지금의 시간이 사랑의 다른 모습인걸까, 아니면 천천히 이별을 받아들이는(이 관계는 끝이 났다는 사실이 아주 느리게 몸과 마음에 스며드는) 과정인걸까.

그건 시간이 지나봐야지 알겠지만 어찌됐건간 지금으로썬 최선을 다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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