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2010. 12. 9. 01:42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난 요새 붕어빵에 꽃혔다. 
특히 슈크림 붕어빵에 꽃혔다. 
역시 세상 살 맛 나는 이유는 어디 유별나거나 대단한게 아니다.

자, 이제부터 붕어빵의 장점들에 대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붕어빵은 대화 소재로도 딱이다. 붕어빵만큼이나 무궁무진한 화젯거리를 제공하는 음식이 어딨을까.  

붕어빵에 대한 재밌는 추억이 얽히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먹을 것인가 꼬리부터 먹을 것인가' 따위의 고전적인 화제부터 

'붕어빵 속재료 순위 매기기'나'붕어빵에 얽힌 에피소드'와 같은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작년에는 '붕어빵과 알베르카뮈의 사상과의 교차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 하기도 했으니, 

전문적인 분야의 화젯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둘째, 붕어빵은 간단한 간식으로도 긴요하다. 고등어 등짝같은 천원 한장이면 네명이 즐거울 수 있다.
붕어빵 천원어치를 혼자 다 먹으면 한 끼 식사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정도 급할 때 식사를 대신 하기도 한다. 

셋째, 호떡은 기름이 많고 니글니글 거려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붕어빵은 다른 겨울 길거리 별미에 비하면 그렇게 기름지지도 않다. 무엇보다 오뎅국물과의 궁합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그래서 요새 아빠는 내가 밤 중에 외출하는 걸 아주 달가워하신다. 절대 빈손으로 들어오지 않을거라는, 특히 호떡이나 붕어빵을 들고 들어올거라는 희망 때문에 그렇다. 최근에는 내가 빈손으로 들어오는 날이 잦아지자 아예 내가 돌아올 때쯤 전화를 하셔서 구체적인 품목을 주문하시기도 한다.

결론? 붕어빵은 아주 볼매적인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붕어빵은 볼매가 확실하다.



(*이 글은 내가 막 스무살이 됐을 무렵 썼던 글이며,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해 14년 12월에 이 곳으로 글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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