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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7. 22:55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1. 계절성우울증인지 그냥 으레 찾아오는 자기검열의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썩 편하진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젠 꽤나 익숙해져서 이런 시간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무슨 복잡한 일을 해도 자기 검열에 빠질게 뻔할 땐 그냥 불 끄고 눕는게 최고다. 음악도 들어선 안된다.

벽을 보고 가만히 누워서 아가 달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야한다.

"또 왔어. 자자. 알잖아, 이제 익숙해졌잖아. 괜찮아."

그러다 눈 뜨면 또 아침 해는 떠 있고 머리속은 가벼워져 있다.


2. 또 다시 엉켜버린 관계를 전지가위 갖고 가지치기 하듯 툭, 툭, 툭 잘라냈다. 

이성과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없는건가보다. 

나는 쿨내 풍기면서 남녀의 친구는 가능하다 말했는데 사실 그건 나한테만 해당됐던 얘기였나보다.

내 처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오해시킨 것 같은데 미안해,라고 말하자 당황하는 그 분.

아냐 내가 미안해,라고 돌아오는 목소리를 듣자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이런 순간에서 조차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라고 느끼는건

예전보단 덜 치덕인다는 것. 앞으론 지금보다 덜 치덕일 것이라는 거.


3. 내 고등학교 시절과 꼭 닮은 이를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어떤 기분인지 환히 보인다.

그 사람이 겉으론 웃어도 속은 새까맣게 타는게 보이고, 강철같은 여자같은데 사실은 여린 순두부란 것도 훤히 보인다.

애정 결핍된 강아지. 그래서 상처 안받고 싶은데 상처투성이 자기를 보긴 싫고, 

그래서 남아 도는 에너지를 할 수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푸는 사람.

물론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끝끝내 비참해져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어쩔 수 없이 덮어놨던 과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테고

그 때 되면 혼자 일어서는 힘이 조금은 생길거다. 


결국 외롭고 버티기 괴로운 시간들은 혼자 감당해야하는 몫이고

그 시간만큼 사람을 강하게 해주는건 없다는 작은 위로.

어쨌든 그 사람을 보면 나는 힘을 얻는다. 

그 사람은 외로운 순간에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도망치지만 나는 적어도 어설프게나마 견디고 있다는거.

그래, 그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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