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2022. 7. 30. 17:21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1. 참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사랑과 재채기는 참지 못한다고 그랬던가, 참을성 더럽게 없는 나는 며칠 뒤 상대방에게 '네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 너 좋아!'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정말 산만하고 정신없고 장황하게 횡설수설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진심이었다. 내 말을 들은 상대방은 본인도 내게 첫 눈에 반했으며 혹여나 불편함을 줄까봐 표현을 삼가고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2. 두 사람 모두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게 반했고, 우리 모두 자신이 '금사빠'는 아닌지 고민을 했다. 

 

3. 내가 그 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아직 '사랑'이라고 부르긴 한참 이르며 상당히 강한 호감에 가까운 무엇이다. 이것이 사랑으로 다가설 수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리적인 시간과 경험들이 필요할 것이란 사실을... 30대가 된 나는 잘 알고 있다.

 

4. 나는 그 분에게 내 맘을 훤히 보여줘놓은 뒤, 주위의 가까운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며 좋아한다고 말 했다'고 이야기 했다. 주변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살다보니 네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는 말도 듣게 되고 참 오래 살고 볼 일. 그러나 정말 너무 다행이고 잘됐다.'이라는 반응,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첫 눈에 반하냐. 돌싱은 아닌지, 파혼을 한 것은 아닌지, 신상정보를 숨긴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라'는 반응,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겨우 한 번 만난 사이에 그렇게 솔직하게 말을 하면 어떻하냐'는 반응, '솔직한게 좋지- 잘했다!'는 반응. 

솔직하게 말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짜피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고, 그런 지인들 말처럼 먼지같은 밀당(?)을 할 성격도 안되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느끼던 불필요한 긴장이나 불안이 약간이나마 해소되는 것이 좋다. 좋은 마음은 쌍방향으로 흐를 때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니까.  

 

5. 어제 밤에는 긴 통화를 하며 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다소 내밀할 수도 있는 주제 -결혼, 양육, 배우자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어디가서 내 이야기 참 안하는데 나는 거의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나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주절주절 해댔다.

대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 내가 그 분의 표현을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언젠가 그 분이 내게 '반했다'고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 말을 '나와 처음 만난 자리가 무척 즐거웠다'는 감탄사로 이해했었는데 그 분은 본인에게는 그 말이 '고백'이고 '표현'었다고 정정해주며 힘주어 말하였다.   

 

6. 이 정도면 이미 연애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래도 의도적으로 쿨다운을 하면서 서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까. 참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하니까. 

 

7. 그나저나 상대방은 나와 결이 참 비슷하기도 하고 참 어른스럽고 현명하다. 존경할 수 있는 면모가 있는 멋있는 사람.  무엇보다 삶을 주체적으로 대하는 사람이라 유난히 반갑고 기쁘다. 그는 내게 눈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내 눈이 결코 낮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눈이 높아 결혼은 물론 연애도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들어온 시간이 얼마나 오래 됐었나. ㅠ  

 

7. 여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인가, 살이 빠져서 그런가, 그간 없던 일이 계속 생긴다. 길에서 맘에 든다고 연락처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생기고(내 나이를 듣고 ), 일터의 남자 사람들이 예쁘다는 말을 하고(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다), 혹여나 도움 줄 것은 없는지 물어오고, 은근슬쩍 허세를 부리거나 하는 등의 일들..  

'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검  (0) 2022.09.08
그리운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0) 2022.08.02
근황.  (0) 2022.07.23
근황.  (0) 2022.07.19
근황.  (0)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