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흘러간다.

2022. 3. 8. 06:49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함께 일하는 기관의 직원이 강의 소개란에 강사 사진을 넣고 싶다며 사진을 요청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어 붙었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더라,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보니 그나마 가까운게 벌써 몇 년이다. 뭐라도 사진을 보내주긴 해야해서 컴퓨터와 외장하드 여기저기를 뒤지는데 정말 어디에 내놓을 변변한 사진 하나가 없다. 20대 초중반의 사진은 그나마 좀 있는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사진은 전멸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뭐가 없었다.  어쨌거나 사진이란 사진을 이 잡듯이 뒤지다보니 그리운 이들도,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이들의 얼굴을 보게 됐고, 내가 그 몇 년 사이 체형도 얼굴도 많이 변해버렸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며, 내가 20대의 시간으로부터 이미 많이 떠나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어렸던 나와 어렸던 그 친구의 사진을 보는 순간, '참 어렸구나' 하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중요한건 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것. 나는 오랫동안 정체됐었다. 이제는 계속 흘러나가야 한다. 아직 하지 않은 것들이, 하고 싶지만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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