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보내며(1)

2014. 12. 10. 22:02essence, existence/1월 1일

'가장 예쁜 나이 스물 넷'이라는 선배들의 말을 '가장 행복한 나이 스물 넷'으로 오해했음을 고백한다.

스물 넷을 마무리하는 지금의 나는 예쁜 것은 행복한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오히려 정말 아름다운 것들은 행복보다는 고통에 훨씬 가까이 닿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장 예쁜 나이 스물 넷'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나의 스물 네살을 떠올리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오는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518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이 있는데, 하필 올해 5월 18일엔 정말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고 말았다.

나는 나라는 존재와 내 인생 전반을 걸고 커다란 선택을 했으며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눈물을 쏟아야만 했는지는 생략하겠다.

보기 싫은 내 밑바닥을 마주보면서 내게 자아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해야만 했으며

외롭고 어둑어둑한 밤을 혼자 참고 견뎠다.

이를 통해 한없이 나약했던 나의 실존적 자아는 좀 튼튼해졌고, 치덕이던 심리적 굴레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내가 아팠던 만큼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으며, 정말 내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분명하게 구분됐다.

특히,소중한 두 사람을 얻었는데 한 사람은 시인이고 또 한 사람은 미니어쳐 작가로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 됐다.

아무리 늦은 새벽에 전화해도 전혀 망설임 없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주며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성숙된 이들이다.

일상과 관계에서 우선순위가 생겼고, 생활이 단순해지고 행복해졌으며, 정말로 소중한 것들에만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나에게 솔직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솔직해지자 신기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가 놀라울만큼 분명해졌다.

나는 왠지 정말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지금 내 화두는 '독립'이다.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독립.

그 일환으로 내년에는 그 동안 겁먹고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치우면서 살려고 한다.

나의 스물 다섯은 조금 느리더라도 정확한 방향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뗄 수 있는 그런 시간,

내면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따듯해져 무르익는 그런 무르익음의 연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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