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를 <신문사와 좋은 사람들>로 정리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알 수 없는 찝찝함의 정도가 심했다.
그런 이유로 정리를 미뤄왔다가 이제서야 2011년 한해를 정리한다.
2011년은 나에게 강한 성장통의 시작이었고
올해는 아마 더 강한 성장통을 치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해동안 나는 상당히 커다란 일들을 '저질러'놓았으나
그 중에서 내가 진실로 하고자 했던 일들은 몇 되지 않는다.
전공은 맞지 않았다.
학교 생활에서 얻은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행정고시 준비에 여념없는 사람들의 뒷통수는 많이 봤다.
신문사는 외로워서 들어갔으나
매주 할당되는 지면을 채워야한다는 압박과 의무, 그리고 지겨움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외롭지 않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신문사를 그만뒀다.
남들은 신문사를 그만두면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으나
나는 예상치도 못했던 너무도 큰 선물을 얻었다.
남들이 내게 요구하는 인재상의 모습과
내가 진짜로 살고 싶은 삶의 모습 간의 간극이 점점 벌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밤을 샜을 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삶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까지 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진실로 원하지 않은 일들을 해보는 것도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고
그러다보니 내 선택에 확신도 없고 극도의 허무함만 남았다.
내 삶이 가치 있다는 생각도 들질 않는다.
다시 삶의 지향점을 찾아야 하는 순간에 왔고
이제는 물러 설 곳도 없는 듯 보인다.
한 학기로 끝날지 아니면 이삼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문제는 쿨해지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고한다.
때가 되거나 뜻이 생기면, 그 때 대학은 다시 선택하려고 한다.
한 학기로 끝이 날지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삶이 결코 폼나지 않은
구질구질해보이는 무엇일지라도
끝에서는 뭔가 작은 결론이라도 나지 않겠나.
아차, 덧붙여 지긋지긋한 연애 공포증도 이참에 고쳐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