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다녀온 이후

2020. 2. 12. 22:5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1. 너무 바빴다. 필리핀에서 오자마자 일이 정말 쏟아져 들어왔다. 열흘 가까이 사무실을 비웠으니 그도 그럴만 하다. 

 

2. 그와의 관계가 급격히 경색됐다.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 그가 일 년 넘게 이 관계 속에서 해왔던 말들이 거짓말로 판명났고, 문제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결하고 깨끗한 척 했던 사람의 지저분한 과거를 봐야 하는 참담한 심경이란...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끝까지 거짓말을 해대며 나에게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역시나 했던 것들은 역시나였다. 더 우스운 사실은, 그가 아주 작은 꼬투리를 잡아서 이 관계의 균형점을 뒤집어 엎으려고 한다는 것에 있다. 마지막까지 그를 이해해보려고 했던 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왜냐면 그마저도 그가 거짓말로 일관했기 때문이지!) 나는 그냥 모든 마음을 놨다.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신뢰하고자 했던 나의 태도에 대한 책임을 이런 식으로 지게 된다는 것이 아주 많이 서글프다.

 

3. 사람에 대한 신뢰가 땅으로 꺼졌다. 그냥 나는 나 하나 제대로 건사하는 것에나 신경쓰련다.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