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땄다

2019. 11. 28. 01:19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올해에도 우리 집 감나무가 큰 일을 해주었다. 가는 가지에 감(내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커다란!)을 얼마나 많이 매달았는지 모른다. 덕분에 주말 아침에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마당에서 감을 따는 귀한 시간이 마련됐다. 

 

초등학생 무렵부터 감나무와 함께 커온 까닭에, 나는 자연스럽게 감나무를 가족(막내 동생)으로 여기고 있다. 좁은 화단이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묵묵히 제 일을 해내는 감나무가 내 눈에는 참으로 예쁘고 대견하다. 그런 까닭에 집 밖에서 다른 감나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예뻐보일 수가 없다. 감을 많이 열었든 열지 못했든, 큰 감을 열었든 아기 주먹같은 귀여운 감을 열었든, 나무가 크든 작든, 그냥 감나무라는 존재 자체가 그저 사랑스럽고 가슴 찡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들이 다른 집 아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이러할까. 무쪼록 우리 감나무를 통해 많은 느낌을 갖게 된다. 고마운 우리 감나무, 오래오래 행복하게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