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일, 지키는 일

2022. 1. 3. 04:07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예전보다야 빈도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 걸려 넘어지는 날들이 있다. 

겉으로야 애써 의연한 척, 무던한 척 견디지만 사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의 '어린 나'는 불편한 상황을 피해 황급히 도망을 가버린다. 그런 날에는 가만히 누워 내 마음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사라져버린 어린 나를 찾는다. 대체로 어린 나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나 방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파묻고 우는 상태로, 성인인 '나'에 의해 '발견 된다'. 30대의 나는 어린 내 곁을 조용히 지키며 불안이 잦아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는 여러 번에 걸쳐 나지막히 일러준다. "괜찮아, 내가 곁에서 지킬거야. 너는 약하지 않고 혼자도 아냐. 아무도 너를 해칠 수 없어."

 

타인(특히 부모님)이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알아주고 헤아려주기를 바라왔지만, 그 부질없는 짓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올해의 첫 다짐이다. 어린 시절 새겨진 깊은 상처와 불안이 올라오면 성인인 '내'가 '어린 나'의 보호자가 되어 알아차리고 보듬으면 된다. 부모님이 미처 키워주지 못한 부분을 내가 돌보며 키우면 된다. 내가 나의 가장 강력한 편이 되어주면 된다. 내 안에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나의 오랜 불안과 떨림을 지켜보자. 외부의 부당한 힘으로부터 나를 지키자. 과거에 부모가 했어야 할 역할을 이제는 내가 온전히 가져오자. 그렇게 자기 회복의 단초를 만들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어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