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겨 서 있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2021. 11. 29. 00:31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1. 오늘 분석에서는 예상 밖의 주제를 다루었다. 내가 평소 굉장히 다루기 어려워 하는 주제, '돈'. 중요한 화두가 새로 생겼다. 

 

2. 이 꼭지는 윤리적 판단을 수반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내가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는지 설명하고, 이번에 벌어지고있는 상황에 대한 내 입장을 간단히 적어놓은 것이다.

 

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윤리 문제는 대체로 매우 상대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각 행위자들은 저마다의 '정당한' 이유들을 모두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생선뼈를 발라내듯 제일 먼저 감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중요한 팩트를 추려낸다.  물론 '객관적'이라거나 '팩트'라는 말은 정치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편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모으고, 거리를 유지한채 떨어져서 상황을 관찰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갖고 있는 프레임이나 틀에 대해 점검하며  상황을 담백하게 보려고 시도한다.

 

그 다음에는 경합하는 가치들에 대해 살펴본다. 보통 앞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두 가지 이상의 충돌하는 윤리적 기준들이 조금 더 선명해져있기 마련이다.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한가 혹은 공동체의 이득이 더 중요한가, 처럼 말이다. (물론 안그런 상황도 많다만.) 그러고 난 뒤에 여러 방면에서 가치 판단을 해본다. 내 개인적인 기준에 근거해서도 가치 판단을 해보고, 사회문화적으로든 법률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더 우선적으로 혹은 우세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치들에 근거해서도 가치 판단을 해본다. 그리고 난 뒤 나는 특정 사안에 대한 내 입장을 정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판단해보자.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최근 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파악한 이번 사건의 골조는 이렇다. 기관에서 추진한 공동 프로젝트에 강사 두 명이 참여를 해서 기관의 다양한 담당자들과 함께 수업안을 제작하였다. 연말에 진행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한 강사가 다른 강사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 본 프로젝트의 주요 성과를 개인 우수사례로 제출하고 수상을 하였다. 내가 파악하는 이 상황의 핵심은 여기까지다.

두 강사가 학교 선후배 사이라거나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두 강사 사이에 감정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하는 것 등은 내 기준에선 모두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심정적인 판단과 이성적인 판단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절대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요소는 추후 종합적인 상황 판단을 하는데 고려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로서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상황은 내 개인적인 가치관에 비춰보든 사회적인 기준에 비춰보든 명백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첫째, 공동연구윤리 위배나 공동으로 창작된 무형의 자산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등이 명백한 상황이라는 점. 둘째, 사전에 기관은 공동으로 추진된 프로젝트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평가 과정에서 이에 대한 조치나 시정, 구제 등이 없었다는 점(나쁜 의도가 없었을 지라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일종의 묵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관망 중이지만 지켜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기득이라든지 공평같은 말들은 저마다 서 있는 위치에서 너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말들이니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작권을 가르치는 강사들과 기관 안에서 이러한 이슈가 생긴다는 사실이, 어느 누구 하나 이 사건의 현상 너머를 뚫고 본질을 보는 힘이 없다는 사실이(두 강사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 이 공통 프로젝트가 다른 여타의 강사들에게 어떤 의미이며 그것이 어떻게 갈등의 불씨가 돼 번져 나갈지), 예상되는 이익 앞에서 끊임없이 합리화 하는 사람들의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나는 이 상황에서 빗겨 서있고 싶다. 사건의 당사자인 두 강사와 기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 제 3자들이 참전해 갈등을 증폭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그리고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굳이 내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다면 먼지같고 지저분한 일에 굳이 발 담가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이 역시도 비겁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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