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해서
2018. 8. 20. 22:13ㆍ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라깡은 행복을 '현재의 욕망을 유예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의 말에 비춰보면 오늘 나의 하루는 아주 행복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우선 칼국수를 먹고 싶어서 집 근처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시원한 디저트가 먹고 싶어져서 오랫만에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행복해지는데 들어간 돈은 단돈 7,500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현재의 욕망을 이행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당장 급한 일이 없어 언제든 밥 먹으러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 그리고 칼국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돈이 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는 욕망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
만약 '당장 일본에 가서 라멘 한 그릇 사 먹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떠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일본은 조금 고민하다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한 그릇 사 먹고 오고 싶다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물질적인 욕망이 아주 크지는 않은 덕분에 사소한 것들에도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건 큰 복이라 생각한다. 혼자서 천천히 먹는 칼국수 한 그릇, 시원한 아이스크림, 시원한 밤 공기, 평소 즐겨 들었던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 것 등 사소한 순간, 순간이 생활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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