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심원산장
2016. 8. 29. 11:22ㆍ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지리산 심원산장에 갔다. 사장님은 전 날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 계신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의 말이 그랬다.
이 곳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다닌 곳이기 때문에 도처에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나물반찬들과 토속적인 닭백숙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산장 밑 계곡물에 들어가 밑도 끝도 없이 물장난을 쳐댔었다. 우리 식구가 갈 때마다 사장님은 늘 우리를 기억한다고 했지만, 어린 나는 '그 많은 손님 중에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냐'며 사장님의 말의 진의를 의심하곤 했었다. 그 역시 이젠 모두 추억이다.
이제는 나물반찬도 예전만 못하고 닭백숙 역시 그러하다. 어린 내가 나이를 먹은 것처럼 산을 누비며 나물을 뜯던 사내 역시 시간의 화살을 맞아 지금은 병원에 누워있다. 마음이 시큰했다.
어쨌거나 지리산은 덥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시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무더위에도 물은 찼고 바람은 시원했다. 거기에 산비까지 내렸다. 더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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