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10:52ㆍ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좋아함(like)과 사랑함(love)의 차이가 무엇이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혹자는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 그러니까 적당히 좋아함(like)과 많이 좋아함(love)으로 차이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책임의 유무, 그러니까 좋아하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 것(like)와 좋아하니까 책임까지 지고 싶은 것(love)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저 두 단어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가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아끼는 카펫 위에 오줌을 싸기도 하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때 어떤 이는 '강아지가 가끔 아무데나 오줌을 싸서 나를 귀찮고 짜증나게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도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강아지가 사랑스럽긴 하지만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도저히 감당히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강아지가 내게 주는 기쁨과 위로 뿐만 아니라 불편함도 그 자체로써 받아들이고 감당하고자 할 때 비로소 강아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비단 강아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좋은 모습과 못난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
예쁘고 행복한 모습을 싫어할 사람이 어딨겠냐만 그 이면에 있는 못난 모습은 좀 다르다. 예쁘고 좋은 모습 이면의 못난 모습들도 그 자체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가, 더 나아가서, 감당하고 싶은가. 나는 거기에 좋아함과 사랑함의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덧붙임)
이것은 작년 한 해 내가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던 질문으로, 나는 어설프게라도 답을 찾고 싶어서 내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참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답이 달라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를 이 결론으로 이끌었던, 한 해 동안 나와 치열한 전쟁을 치뤄온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나도 정말로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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