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 02:23ㆍessence, existence/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
엄마 생일 기념으로 오고 싶었던 '어바웃더그릴'. 좀 늦었지만 미션 클리어.
갈비와 부채살을 먹고 싶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갈비를 주문할 수 없어 부채살과 살치살을 시켰다.
엄마는 고기보다는 와인을 좀 더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그나저나 난 엄마가 와인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와인 자주 사줄게.
배불러 죽겠다고 해놓고, 정작 커피집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케이크도 한 조각 시켰다.
살찌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먹는 우리...
이 날 나는 엄마가 요 근래 삶의 의욕이 없었다는 것과 아주 사소한 계기로 생의 의지를 붙잡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는 동안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왔고 그 와중에 당신이 가진 많은 것을 베풀며 살아왔으니
이제는 조금쯤 당신 맘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요즘은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산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순간 만큼은 엄마가 너무 가냘퍼 보였고 많이 안쓰러웠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도 보통의 여자였구나,하는 지극히 당연한 깨달음의 순간은 왜이리 서글픈걸까.
오늘의 기억
-엄마의 버킷리스트 1번. 바닷가에서 바위처럼 20분동안 포옹하고 있기
-엄마의 버킷리스트 2번. 친구와 산티아고 800km 걷기
-엄마는 와인을 좋아한다.
-엄마도 보통의 여자다.
오늘의 다짐
-매달 29일 저녁은 엄마와 단 둘이 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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