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행복한 순간

2016. 11. 25. 11:35essence, existence/몇 가지 리스트

활동
1. 산책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산책이다. 특히 햇살 따듯한 날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천변을 살살 걷는 일이 가장 좋다. 도시의 건물 사이를 걷는 일도 물론 좋고, 옛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주택가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도시의 소음이 빗겨가는 풀과 나무와 물이 있는 공간을 걷는 일이라 생각한다. 

 

산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것들 

<우연한 산보>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타니구치 지로 그림

2. 요가

요즘(16년) 나는 요가에 푹 빠졌다.요가에 대한 나의 맨 처음 기억은 초등학교 다닐 적 언저리다. 당시 남동생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요가를 배웠는데, 종종 집에서도 요가 동작 몇 가지를 하곤 해서 그걸 흉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 생각나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정혜영 선생님에게 배웠던 요가. 수업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체육관이나 연극실처럼 매트가 있던 공간에서 진행됐다. 요가시간 끝에 송장자세로 쉬다가 잠든 남자 선배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나고, 나중에 나도 똑같이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근처 요가원에서 요가를 했고,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요가를 하고 있다.지금 다시 요가를 시작한지는 한 달 반 정도 밖에 안됐는데, 이것이 요즘 내 생활의 핵심이 됐다. 조금만 우울하고 지쳐도 요가복을 입고 요가원을 나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기운이 난다. 내 발가락 하나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내 마음은 어떻게 달래겠다고,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피겠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진정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내 삶의 부분들에 대한 주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는데, 그 첫 걸음을 요가로 뗀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짧은 기간에도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건강해고, 삶도 균형을 맞춰 나가기 실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3. 따듯한 물 마시기

새벽부터 비가 내려 공기가 쌀쌀한 날, 몸이 으스스한 날, 따듯한 물 한 잔 마시고 몸에 온기가 도는 것을 세밀하게 느끼고 관찰하는 것이 좋다. 

 

 

4. 탱고 

18년 11월부터 탱고를 시작했다. 





물건 
미니멀한 삶의 방식이 체질에 잘 맞아 소지품이 많지는 않다. 가장 좋아하는 물건 한 개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니 삶도 단촐하고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기분도 좋아서... 참 만족스럽다.  

1. 비누

손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비누가 떨어졌길래 지난 생일 선물로 받았던 이태리 수입 비누를 꺼내보았다. 지금까지 비누는 때만 잘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간의 생각이 무색해져버리고 말 정도로 향기가 정말 좋았다. 손을 씻는데 향기가 너무 좋아서 계획에도 없던 세수를 했고, 세수를 하다가 감질나서 샤워까지 하고 말았다. 비누 하나로 씻는 일이 이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니, 내가 비누의 기능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해온 건 아니었나.

 

2. 털부츠

아침에 워커를 신는데 발을 감싸는 차가운 한기에 깜짝 놀라 털부츠를 꺼냈다.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지만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부츠 속으로 발을 넣었는데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발 따듯한 일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나 싶었다.

 

3. 시계/목도리

아빠가 출장길에 사다주신 시계와 목도리. 하고 있으면 아빠 생각이 많이 나서 아주 기분이 좋다. 

 

 

4. Lamy 만년필, 그리고 책갈피 

라미 노란색 만년필,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자개 장식이 예쁜 책갈피. 

 

 

사람 / 문화예술인

 

1. 가족

부모님과 동생.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야 알았다. '가족'이라는 것이 삶에서 가장 아픈 굴레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고맙고 사랑하는 존재들.    

 

2. 롤러코스터

고등학생 때 처음 알게 된 이후 참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있다. 여기서 내 팬심을 좀 자랑해보자면… 모르는 음악을 듣다가 왠지 이상순 씨가 앨범 작업에 참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면 보통 다 맞을 정도. 

지누(히치하이커) 씨 감성도 물론. 조원선 씨 목소리 구별하는건 물론 기본으로 할 수 있다. 세련된 음악,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을 것 같은 감성과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자친구한테 졸라서 결혼할 때 롤러코스터 불러달라고 생 떼 부리기만 하면 된다. 왠지 그냥 결혼 포기할 듯ㅋㅋ 결혼식 날 싸인받고 싶당. 

 

 

위의 사진은 내가 갖고 있는 롤러코스터 앨범들



3. 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여는 자체로 하루가 산뜻해지는 것만 같다. 어제는 히사이시 조 음악을 들으며 히사이시 조 음악을 듣다가 네가 생각났다,는 말로 시작되는 

편지를 썼다. 

 

요새 자주 듣고있는 히사이시 조 음악|https://www.youtube.com/watch?v=QpUWSyFFdG0&index=6&list=RDpz1DROl2tcw

4.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을 필두로 하여 전집을 모두 읽고 있다. 

 

 

 

 

 

음식


1. 맛있는 오렌지 주스 
2. 빵
3. 빙수 


가장 기억에 남는 빙수는 부산의 한 시장 어귀에서 먹었던 팥빙수다. 영업 마감시간 임박해 가게에 헐레벌떡 도착해서 먹었던 빙수와 팥죽 한 그릇. 이후로 투박하게 간 얼음 위로 무심하게 얹어주는 단팥의 맛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화려한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토록 투박하고 무심한, 그렇지만 너무나도 담백해서 잊혀지지 않는 빙수를 만날 수 있다니. 

몇 년이 지나 그 집과 비슷한 가게가 유성에 오픈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빙수 한 그릇 먹자고 부산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올해는 대전에 있는 가게에서 그런 기분을 흠뻑 누렸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는데, 대만 타이중의 충효야시장에서 만난 빙수가게다. 단돈 1000원도 하지 않는 가격에 동생과 둘이 배두드리면서 먹은 우유 빙수.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다.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빙수는 수통골에 있는 카페에서 파는 전통 팥빙수다. 이 빙수는 가성비만 놓고 봤을 때도 훌륭하지만, 맛 역시 아주 훌륭하다. 얼음만 놓고 봐도 그간 먹었던 빙수들 중에서 단연 1등을 줄만 하고 고명으로 올라간 떡과 견과류, 그리고 얼음 사이에 얇게 깔린 콩가루는 많은 고민과 섬세한 설계(?)의 흔적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 카페는 19년 가을 문을 닫았다.) 

 

4. 초밥

 

 

5. 돈까스

 

 

 

장소 

1.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나는 이 곳에서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카피를 몸소 이해하였고, 내가 머무르는 장소와 환경에 대해  의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나는 매주 한 번 씩 일정한 시간에 방문해서 혼자 책을 읽는데 그 시간이 자유함과 해방감, 그리고 영감을 준다. 정말로 사랑하는 공간. 

이 공간이 내게 준 충격에 대해 적은 글이 있어 함께 소개한다.

( https://smallandsimple.tistory.com/entry/공간과-새로운-관계를-맺는-것에-대하여-feat-현대카드-디자인-라이브러리 )

 

 

 

ㄴㄴㄴㄴ장소ㄴㄴㄴ
1. 담양 

2. 518 묘역사랑스러운

3. 광주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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