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험/이혜정/다산

2017. 7. 31. 18:1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공부와 스크랩

대한민국의 시험

이혜정

다산

 

 

책갈피

"토크콘서트는 한국적인 현상이다. 내 친구들의 본국에서는 토크콘서트가 한국만큼 인기가 없다. 내 고향인 영국의 경우에도 "저명 비즈니스 분야 작가인 아무개 씨의 리더십 강연을 듣고 왔어"라고 말하는 친구를 본 기억이 없다.…(중략)한국에는 왜 이런 '전문가 컬트(cult)'가 자리 잡고 있는 걸까. 내 생각에는 권위에 대한 존중과 관련 있다. 특히 한국에 강한 경향이다. 상투적으로 표현한다면 따지면 안 되는 '정답'이 있다고 가르치는 교육 체제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교육 체제에서 해답이란 내가 스스로 해보는 탐구와 발견의 산물이 아니다."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다니엘 튜더 <왜 한국인은 토크콘서트에 열광할까> 중 발췌

 

 
짧은 소감

내가 믿는 교육의 본질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간디선생과 비노바 바베 선생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중요한 교육철학 중 하나는 '나이탈림'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린아이들에게 물레를 사용해 실을 잣고 옷을 짜는 법을 가르치는 것 등의 수공예를 가르쳐야한다는 것이다. 그 까닭이 뭔고하니 우선 첫째는 아이들에게 자기 힘으로 자기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단다. 둘째는 물레를 돌리는 과정을 통해 통합적인 지식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시간에 책을 통해 역학과 생물학을 배우면서 분절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물레를 돌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학을 배우고 누에가 실을 뽑는 과정에서 생물학을 배울 때 지식활동이 관념적인 행위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제적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시점에서 나이탈림을 이야기 하는 까닭은 교육에 본질, 즉, 우리가 왜 학교를 다니고 교육을 받는가에 대해 이것만큼 교육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잘 살기 위해서' 학교에 가고 배우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믿는 '잘 사는 삶'이란 생존에 필요한 일차원적인 욕구 충족-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않고-를 넘어서서 내가 사는 세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평화로운 상태를 누리는 것들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교육이어야한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나는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에 대해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다. 단순노동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치고 들어오는 이 치열한 시대에, 아직도 아이들이 도덕시험에서 1등급을 맞기 위해 "예절은 정신 더하기 형식!"이라는 아무 쓸데 없는 공식을 외우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예절이 정신 더하기 형식도 아니거니와, 그게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과연 밥을 먹여줄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공식을 외울 바에야 나는 아이들이 그 시간에 밖에서 친구들이랑 땀 뻘뻘 흘리면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더 건강해질테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추억들을 통해 좀 더 풍요로운 사람이 될테니까 훨씬 멋진 선택이라고 난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시험방식의 변화, 만능은 아니지만 필요하다.

  교육학자인 저자의 문제제기 역시 교육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기인한다. 일방향적인 지식의 주입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실수업을 바꾸기 위해서 저자는 시험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단답형 위주의 정량적 시험을 서술형 위주의 정성적 시험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나 역시도 이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사회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이 경쟁에 기초해 있는 상황에서 초중고등교육의 시험방식 변화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취업문이 점점 좁아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에 정성적 평가방식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 대학에 진학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변별력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정량적 평가가 시도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둘째는 학부모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 > 공부와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은 물/도종환  (0) 2019.04.25
역사의 역사/유시민/돌베개  (0) 2018.08.18
속리산에서/나희덕  (0) 2017.03.22
빈집/기형도  (0) 2017.02.22
포구기행/곽재구  (0)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