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이라는 말 대신 당분간이라는 말을 선택했다.

2015. 4. 2. 23:16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정리할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고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5년간의 긴 대장정을 마치려고 선전포고를 하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나는 깃대 부러진 깃발처럼 힘없이 맥을 못추고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결국 목 아래로 눌러버렸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대신 내가 더듬더듬 꺼낸 말은 '당분간'이라는 다소 비겁한 단어선택..

머리 속은 엉키고 아침부터 아프던 몸은 정신없이 쳐졌다. 

그저 집에 돌아가 따듯한 물로 씻고 누워서 천장이나 바라보며 뒤척이다가 

목 놓아 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만나는 동안 감정이 올라왔다가 억누르고 다시 올라왔다가 억눌렀던 것을 반복하던 상대방에게도 

주기로 했던 것을 미루지 않고 건넸다. 키아로스타미.

친구는 용기를 내라고 했지만 결과가 뻔히 보이는 불장난은 여기서 매듭 짓는게 현명하다는 핑계를 댔다.


그런 시간을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와 앉았다. 

따듯한 물로 씻고 돌아와 따듯한 차 한잔에 영화 한편 보고 자면 좀 나아질거다. 

몸도 마음도.

새벽녁에 운 좋게 친구에게 전화가 올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웃으며 별 일 없었던 것 처럼 잘 했다고 말하고

안심시키고 전화 끊고 따듯한 물 한잔 마시면 나아지겠지. 

추스리고 나도 봄 맞을 준비 해야겠다. 머뭇거리고 싶지 않아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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