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2015. 1. 31. 07:39ㆍ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공부와 스크랩
나는 숱한 문제들과 정면 대결하는
긴긴 겨울밤을 좋아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하늘을 치달리는
잡념을 다듬고 간추려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겪었던 하나하나의 일들과
만나고 헤어진 모든 사람들의 의미를
세세히 점검하는 겨울밤을 좋아합니다.
까맣게 잊어버렸던 일들을 건져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담겨 있는 의외로 큰 의미에 놀라기도 하고,
극히 개인적인 사건으로 알았던 일에서
넘치는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만나고 헤어진다는 일이
정반대의 의미로 남아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아
새삼 놀람을 금치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에서 만나는 것은
매양 나 자신의 이러저러한 모습입니다.
겨울밤의 사색은
손시린 겨울빨래처럼
마음내키지 않는 때도 있지만
이는 자기와의 대면對面의 시간이며,
자기 해방의 시간이기 때문에
소중히 다스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거를 파헤치지 않고
어찌 그 완고한 정지停止를 일으켜 세울 수 있으며,
과거를 일으켜세워 걸리지 않고
어찌 그 중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고서
어찌 새로운 것으로 나아갈 수 있으랴 싶습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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