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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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생존이 유예되었다.
미리 밝히자면, 이 글은 그냥 아무렇게 적는 푸념 섞인 일기다.논리네 두서네 이성이네 그런건 하나도 없는 글이라는 뜻이다. 아침부터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수치심, 죄책감을 꾹 참고. 익숙한 얼굴들을 만나고. 낯선 얼굴들도 만났다.그리고 예상 밖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도 하고.그 모든 걸 정리한 뒤에, 미안한 이 중 한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오랫동안 아팠다고, 병원에 있었다고, 미루었던 것을 하겠다고.그는 말했다. 만약 내가 여력이 안되면 그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과 연결해달라고.나는 두 번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요즘 나의 유투브 알고리즘은 빚을 갚아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신용을 다시 회복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다.혹은 무일푼으로,..
2026.03.25 -
1. 사회적으로 파산했다.
1. 사회적 파산나도 안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비겁하고, 남루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인지를.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을 굳이 공개적으로 할 필요 없다는 사실도 안다.내가 사랑, 건강, 돈, 일을 싸그리 잃었어도.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보냈어도.상대와의 약속을 이토록 지키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나의 책임이고 나의 몫이다.어쩌면 내게는 내 생을 바로잡을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고,설사 바로잡을 기회가 없을지라도 앞서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었든, 얼마나 괴롭든, 얼마나 몸과 마음이 엉망이든과 상관없이.타인에게 폐 끼쳐서는 안된다. 이미 많이 폐 끼쳐온 부분에 대해선 정확히 사과하고 복구를 위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이..
2026.03.23 -
신영복 천천히 읽기
얼마 전, 현진의 '너도 나 만큼이나 친구가 없으니까'라는 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내가 생각해도 나에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 하필 그 말을 현진(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이)이 해서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멋지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 있고 싶은데 당장 그렇게 하기 쉽지 않으니, 우선 글로나마 만나고 싶은 분들을 뵙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분인 신영복 선생님. 언젠가 필사를 하려고 더불어 숲에서 받은 작은 제본을 조금씩 옮겨 적어보고 감상평을 적어보려고 한다. [첫날] -------------------------------------------------------------------------------------------------------..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