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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U by SERGE LUTENS 세르주 루텐 로
파랑파랑새
2014. 7. 7. 02:26
L'EAU by SERGE LUTENS
세르주 루텐 로
'잘 다림질 된 새하얀 셔츠에서 날 법한 향기'로 유명한 세르주 루텐 로L'EAU. 향수와 담 쌓고 살아온 나 역시도 이 말에 꽂혀 꽤 오래 전부터 세르주 루텐 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쉽게 시향 할 수 없다는 점, 어마무시한 가격과는 달리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아버지가 깜짝 선물을 해주셨다. 그것도 무려 100ml짜리를!
로에 대한 첫 인상은 내가 늘 상상해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많은 후기에서 읽었던 '청량감'은 내게 청량하긴 커녕 독하게 느껴졌고, 어릴 적 맡던 아빠 스킨 냄새 같았다. 어쨌든 뚜껑을 닫은 채로 한 스무 번 쯤 냄새를 맡았더니 코가 마비 된건지, 아니면 냄새를 맡느냐 지친 코가 더 이상 혹사 당하고 싶지 않아서 인지, '아빠 스킨 냄새'가 이젠 좀 '흰 셔츠 냄새'로 느껴지는 것도 같다. 아마도 첫 향이 날아가고 잔향이 남아서 그런거겠지만.
역시나 다시 느끼지만 '잘 다림질 된 새하얀 셔츠 향기'는 뭐랄까.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너무 어려운 향기다.
여담으로 세르주 루텐은 한국에선 너무 턱없이 비싸다(일본의 두배!). 그리고 동그란 뚜껑은 귀엽지만 쓸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