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파랑파랑새
2014. 9. 19. 01:32
맞은 편에 앉아있는 이가 "너는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아"라고 말했고, 나는 알 수 없이 심사가 꼬여 말해선 안되는 나의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 분은 내 말에 어떤 감정적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게 그녀의 최선인건지 아니면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해서 비롯된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기분은 완전히 엉망이 됐다. "너는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아"라는 말은 사실 나를 향한게 아니라 그녀 본인을 향한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고, 나는 하지 않아도 됐던 말을 굳이 홧김에 그녀에게 해버리고만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위로나 동정을 받고자 내 비밀을 꺼낸 것은 분명히 아니었지만 왜 내가 가깝지도 않은 그녀에게 욱한 마음에 나 혼자 감당해야하는 은밀한 슬픔을 털어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님, 가장 친한 언니와 친구 둘, 그리고 같은 모임의 두 사람. 더 이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문제는 나 스스로 오롯하게 감당하겠다. 이젠 이런 미친 짓하고 후회하는 일 같은건 두 번 다신 반복하지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