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가는 새벽기차
새벽 댓바람부터 기차 타고 원주로 출장을 갔다. 지난 사전답사 때는 직행 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이번엔 출장 일정 상 아침 일찍 원주에 도착해야해서 어쩔 수 없이 첫 기차를 탔다. 대전에서 원주까지 직행하는 기차는 없어서 제천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총 3시간 10분 정도 걸린 듯. 버스에 비해 시간은 좀 더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기차 안에서 보는 바깥풍경이 좋아서 이런게 기차의 매력인가 싶었다.
조금 번거롭지만 제천에서 한번 갈아타야 한다. 원주에 가는 기차를 타려면 청량리행 플랫폼에 서있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20살에서 21살로 넘어갔을 때였던가, 준이와 이 자리에서 새해를 맞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 추운 겨울, 뭣도 모르고 동해에서 해돋이를 보겠다며 무작정 가방에 목도리며 모자만 쑤셔넣고 탔던 밤 기차의 기억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한 밤 중의 플랫폼. 잠 한 숨 자지 않고 쉴새 없이 할 말을 쏟아내던 밤. 그 때로부터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준이에게 동트는 제천역 사진을 보내며, 제천역의 그 거울도, 광장도 그대로라는 말을 보탰다.
제천에서 원주까지는 40분 남짓 걸린 것 같은데 이 곳 풍경이 참 좋았다. 가는 길에 영화 박하사탕에서 나오는 것과 매우 비슷한 기찻길을 보았는데 정말 그것인지는 모르겠다.
원주터미널과 원주역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 깜짝 놀랐다. 원주역을 나서자마자 바로 떠오른 것은 홍상수의 '강원도의 힘'. 내 기억이 맞으면 그 영화의 배경은 강릉, 속초, 설악산 근처였지만... 왠지 원주역 근처에서 찍었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주역 앞에서 먹은 아침식사. 떡볶이와 김밥. 가게 내부도 그렇고 음식도 정갈해서 사장님에게 음식이 예쁘다는 말은 연신 내뱉었다. 정말 예쁘쥬.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살살 산책하듯 행사장으로 가니 열시. 아주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