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파랑새 2022. 4. 1. 22:47

1. 대화

3월 마지막 날, 친한 동생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동생이 마음 속 이야기를 조금 내비쳤는데 이야기인 즉슨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자기를 좋아하는 9살 어린 남자 아이가 있는데 마음이 흔들린다고 하였다. 그러며 나의 생각은 어떠한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 때까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소원해졌어. 그 말이 동생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을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세상 모든 커플이 지지고 볶고 싸운다 해도 동생 부부에겐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사랑만 갖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누구보다도 더 잘 살(아주)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그들도 현실의 여느 부부들처럼 소통이 단절되고,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서로 멀어져 간다. "잠깐이라도 산책을 함께 나가달라고 부탁을 했다가 이제는 그런 말조차 하지 않은지가 오래됐어." 그 말에서 깊은 쓸쓸함이 묻어났다.

 

한참의 대화를 하고 난 뒤, 동생은 "외로운 것 같아"라고 했다. 너무도 힘겹게 꺼내 놓은 말이 고작 "(나) 외로운 것 같아"라니... 마음 속에서 뜨거운 눈물 같은 것이 왈칵 치솟았다. 당연히 잘 살거라 생각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간 동안 저 친구는 오래 외로웠구나, 저 친구에게는 외롭다고 말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 일이구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2. 지쳤다

이 글을 적던 중, 내가 왜 연애를 하지 않는지를 분명히 깨달았고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글을 적었지만 지웠다. 하지만 삭제한 글의 요는 옮겨 놓을 필요가 있겠다. 외로움에 지칠만큼 지쳤다는 것, 간신히 이룩한 마음의 평화를 고작 '사랑'으로 붕괴시키는 바보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