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촉이 맞았다.
파랑파랑새
2014. 9. 22. 01:34
촉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축하를 건내고 전화를 끊고 가만히 선처럼 누웠다.
몸이 고요해지니 분주했던 마음도 차분해졌다.
나는 그의 안목에 상당한 실망을 했다. 그는 내 우려대로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었고 역시나 그가 그렇게도 피하고 싶어하던 결핍적인 여자를 선택했다. 프로이트와 라깡을 극진히 존경하고 사랑하는 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좀 더 건강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완전히 순진한 내 착각이었다. 라깡을 사랑하는 것과 건강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실 어떤 상관 관계도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지금껏 내 관찰에 의하면, 그녀는 결핍이 강하고 칭찬을 받으려 애쓰는 어린 아이같으며, 배려가 부족하고, 이성적인 중심없이 감성적인 가벼움이 훨씬 강하며, 넓되 깊이는 없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다. (물론 반대로 말하면 그녀는 예술성이 강하고 자유분방하며 끼가 많은 사람이다.) 뭐, 그래도 그게 연애고 사랑이라니 화이팅해줘야겠지만, 참 화이팅 해줄 맛 안나긴 한다.
한참을 뒤척대며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더 바로 세워야겠다. 건강하게, 튼튼하게. 건강한 사람들과 건강하게 만나기 위해서. 적어도 나는 이제는 내 아킬레스건에 치덕거리는건 죽을 만큼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