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유시민/돌베개
역사의 역사
유시민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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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책은 왜 그렇게 오래 그리고 널리 읽혔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서사의 힘'이다. 그들은 뚜렷한 목적을 품고,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대상에 관하여, 최대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사람들이 귀 기울여서 들으면서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지적자극을 받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드는 것 (이하 생략) · · · · · · 48쪽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는, 문명이 발전해도 전쟁과 내전이 사라지지 안흔 이유를 해명해 준다. 국제전이든 내전이든, 폭력을 동원한 집단적 충돌은 모두 인간의 능력과 사회의 조직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일어난다. BC 5세기 그리스 인들은 · · · (중략) · · · 작은 도시 국가에 갖혀 살기에는 너무나 높게 발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느슨한 도시국가 연합을 넘어 · · · (중략) · · · 새로운 국가질서를 창출했더라면 그 능력을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데 쓸 수 있었을 것이다. · · · 52쪽
그런데 여태후의 만행을 조목조목 기록했던 사마천은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그 시대를 후하게 평가했다. 권력자 개인의 성정과 행위가 아니라 민중의 삶에 일어난 변화를 두고 시대의 명암을 평가한 것이다. · · · 67쪽
(전략) 여성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을 '유추'해냈다. 이것은 신의 말씀이나 예언자의 가르침이 아니라, 지금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네가 생각해 낸 답을 종교의 권위와 국가의 권력을 동원해 강제할 뿐, 그러한 답을 유추해 낸 근거와 논리가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 · · (중략) · · · 아술럼 세계의 불행은 교리 그 자체가 아니라 무함마드가 세속의 왕이 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영혼과 도덕을 다루는 종교를 합법적, 강제력 행사를 본성으로 하는 국가 권력과 하나로 묶었다. · · · 107쪽
군주가 억압과 폭력을 사용하고 함부로 형벌을 가하고 백성의 잘못을 찾아내어 그 죄를 세기 시작한다면, 백성들은 처벌을 두려워하고, 비천한 마음을 품게 되며, 거짓을 말하고, 사기를 치고, 기만을 일삼게 되어 이런 성질의 성품이 될 것이다. 이런 백성은 전쟁터에서 군주를 배신하기 쉬우며 급기야 군주를 시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왕조는 쇠퇴하고 왕조를 보호하는 울타리도 망가진다. 군주가 온후한 정책을 펴고 백성의 결점을 포용하면 백성은 군주를 신뢰하고 그에게서 안식처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군주를 사랑하고 전쟁터에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할 것이다. 선량한 지배권이라 함은 백성에게 친절과 보호를 베푸는 것이다. 왕권의 진정한 의미는 군주가 백성을 보호할 때 실현된다. 백성에게 친절하고 선량하다는 것은 백성의 생활에 관심을 갖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는 군주가 백성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근본이다. · · · 107쪽
우리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종'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나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든 '인종'은 똑같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능력을 가진 사피엔스다. · · · 288쪽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겁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다이아몬드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우연히!" 또는 "운이 좋아서" · · · 291쪽
어떤 종의 진화적 성공이 그 종에 속한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의 인구 폭발은 사피엔스의 진화적 성공을 증명하나, 그들이 더 행복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 · · 304쪽
그 밖에 홈페이지에 미처 옮기지 않은 몇 개의 페이지을 별도로 기록해둔다.
50, 61, 65, 100~101, 137, 167, 192쪽
짧은 감상
1)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고 행각했으나,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과 평가에 의해서 의미가 부여되고, 그러한 의미는 역사가가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상이하므로 따라서 '끊임없는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 역사가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술방식이 '이야기꾼의 이야기'같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은연 중 했었으나, 지금은 바뀌었다. 역사가는 본인이 관점(=평가)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잘 직조된 문장과 서사를 구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훼손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3) 시대, 문화, 정치적 상황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역사 서술의 목적이 달라졌던 것, 과학기술 등 발전이 역사학과 영향을 주고 받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4)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운' 때문이라는 주장(제레미 다이아몬드), 인종이란 개념을 무너트리고 지구 제국의 개념을 설파한 주장(유발 하라리)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 최근 일렬의 범지구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5) 책 속에서 소개된 여러가지 책들을 읽어보려고 주문했다.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