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볼 때 손과 발을 본다.
우선 나는 사람들의 발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나는 사람들이 어딜 자주 다니는지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본다. 예컨데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매점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군것질을 좋아하거나 소화능력이 무척 좋은 사람들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발은 나에게 정말 많은 정보들을 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도서관에 자주 다니고, 복지관에 자주 다니는 발들을 사랑한다. 산책과 산행, 걷기를 즐기는 발을 좋아한다. 아찔한 하이힐보다는 낡은 운동화를 신은 발을 사랑한다. 하지만 상황에 걸맞는 신발을 신은 발을 좋아한다. 예를들어 결혼식장에서는 적당한 힐을 신은 발을, 산에서는 꼬질꼬질한 등산화를 신은 발을, 가끔 키작은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굽 없는 신발을 신을 수 있는 발을 좋아한다.
나는 발만큼이나 손에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나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본다. 가끔 자리를 양보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양보하지 않아도 될지 분간이 되지 않는 분들이 버스에 타실 때가 있다. 이 때 나는 그분들의 손을 유심히 본다. 만약 그 분들이 쭈글쭈글하고 거친 손을 갖고 계신다면 주저 없이 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면에 손이 주름 하나 없이 반질반질하다면 나는 대체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진 않는다.
유리문을 밀고 나갈 때 뒷사람을 위해서 유리문을 끝까지 잡아주는 손을 좋아하고, 손톱이 깨끗하게 정리된 손을 좋아한다. 책장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손을 좋아한다. 흙 만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손을 좋아하고, 땅콩을 자연스럽게 심고, 상추를 기르는 손을 좋아한다.
나는 그래서 손과 발이 이쁜 사람이 좋다.
파랑파랑새
2011. 4. 13.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