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파랑새 2014. 3. 14. 01:13

뭔가 남들은 스스로들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같은데 나는 아직까지도 휘청대는 것만 같다.

내 옆에 있는 남자가 정녕 '좋은 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들고 신뢰가 바닥을 쳤는데, 나는 (그의 변명처럼) 어쩌면 지금 당장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어서 참고 기다리고 있다.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남자에게 사소한 배려는 커녕 상처를 부쩍 받으면서, 우리는 대화는 잘 통하지만 대화만 잘 통하는건 아닌가 하는 겁도 든다. 그의 내재된 폭력성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고쳐지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기다리면 나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그는 가능할지도 몰라'라는 멍청한 기대를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안다. 앞선 연애들을 통해 이 멍청한 짓을 두 번 다신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새해놓고, 또 이 짓을 하고 있다는걸 말이다. 그는 변하지 않을거다. 아무렴.


이제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졸업반이고, 이제서야 내가 지금까지 두려워 하는 것들로부터 슬금슬금 회피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세상에 나보다 잘나고 유쾌한 사람들이 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늦은 대학 졸업 앞둔 이제야 그걸 알았냐고 타박해도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이제야 알았다. 그것도 매우 희미한 수준으로 말이다. 지금 나는 시험 준비와 영어, 불어에만 매달리고 있다. 간간히 책도 읽고 영화도 보지만 그건 지금 내겐 좀 부차적인 일이 되버린 것 같다. 다행인건, 늦게나마 흥미를 붙일만한 공부를 찾았다는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니까. 남들 인턴하고 대외활동 할 때, 나는 재수강하고 연애하고 책 읽으며 대학 6년을 보냈지만. 그래도 서른에 깨닫진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다행이다.


휘청대던 삶을 바로 잡고 싶어져서 바빠지고 있다.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공부하고, 책 읽고, 연애한다. 뭔가 분명해지고 싶다, 이제는 정말로. 엉뚱한 곳에서 삽질 안하고 이제는 한 곳에서 필요한 삽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 좀 미쳤다는 소리 들어도 좋으니까 좀 미친듯이 바보처럼 삽질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