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위해 물어야 할 36가지 질문
1. 이 세상 누구와도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생각인가요?
→ 있지만 노코멘트.
2. 유명해지고 싶나요? 어떤 방법으로요?
→ 유명한 것과 유명하지 않은 것 중 택1을 해야 한다면 후자가 좋겠다. 유명세에 함께 따라붙기 마련인, 온갖 가십과 다채로운 인간들이 쏟아내는 감정들을 굳이 견디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일하거나 생활하는 터전에서 성숙한 인간으로서, 유능한 직업인으로의 인정 받고 그에 따라 오는 유명세라면 기꺼이 원한다.
3. 전화를 걸기 전에 뭐라고 말할지 연습해본 적이 있나요? 왜죠?
→ 물론. 비즈니스 상의 전화나 혹은 문의사항이 있어 콜센터에 전화하는 경우. 용건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미리 말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화가 안되니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헤어진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어떻게 하면 진심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머리를 쥐어짜내며 고민했었던 적이 있다.
4. 당신에게 “완벽한” 날은 어떤 날 인가요?
→ 소기의 목표(정말 내가 욕망하는 것들)를 모두 달성하면 오늘 하루가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주변의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불편함 없다면 금상첨화. 혹은 무언가 발전이 있거나 기존의 틀이나 습을 깬 느낌이 들면 그 날은 만족스럽다.
5.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른 것이 언제인가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요?
→ 어제 낮? 싱어게인2를 보다가 갑자기 흥이 올라 혼자 오랜만에 노래를 불렀다. 타인을 위해 노래 부른 것은 너무 오래 되서 기억이 안난다. 옛날에 연애 할 때 전화로 자장가 부른 것? 혹은 시위에 나가서 노래 부른 것?
6. 90살까지 살 수 있고 마지막 60년을 서른 살의 마음, 혹은 서른 살의 몸으로 살 수 있다고 해 봅시다. 몸과 마음 중 어느 쪽을 택할 건가요?
→ 서른 살의 몸. 몸이 선행하고 마음이 뒤따라간다고 믿어서.
7.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 같다는 직감이 있나요?
→ 아뇨. 특별히 없다. 이렇게는 죽고 싶지 않다는 기준들은 좀 갖고 있다.
8. 당신과 상대방의 공통점 세 가지를 말해봅시다.
9.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 두 가지 있다. 송과의 연애. 늦기 전에 정신 분석 받은 것.
10. 어린 시절에서 하나를 바꾼다면 어떤 걸 바꾸고 싶나요?
→ 어린 시절을 초등학생 때 까지라고 본다면, 운동을 배우겠다. 격투기.
11. 4분 동안 생각한 다음, 당신 인생을 가능한 한 자세히 상대방에게 이야기해주세요.
12. 내일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나요?
→ 당장 생각나는 것들은 다음의 것들이다. 타인의 좋은 점을 복붙 할 수 있는 능력. 형상기억처럼 몸이나 마음을 아주 좋은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혹은 유지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천재적인 기억력. 뛰어난 신체 능력(특히 유연성). 관찰력. 언어능력. 미적감각. 커뮤니케이션 능력. 글쓰기 능력. 계획을 잘 지킬 수 있는 능력. 순간이동.
13. 당신의 인생이나 미래에 대해 무엇이든 말해주는 수정구가 있다면, 무엇을 물을까요?
→ 묻고 싶은 것 많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할 문제가 무엇인지. 미래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것이 내게 필요한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상대가 누구인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로또 번호라든지 어떤 주식이 많이 오른다거나 하는 류의...)
14.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 있나요? 왜 그 일을 하지 않았나요?
→ 격투기 배우기. 운전 하기. 겨울산 가기. 대학원 가기. 외국에 혼자 여행가기. 외국으로 유학가기. 전문 자격증따기. 뭐 그런 것들이 있겠다. 그냥 좀 두려웠다.
15. 지금까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어떤 건가요?
→ 9와 동일. 송과의 연애. 늦기 전에 정신 분석 받은 것.
16. 친구 사이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것이죠?
→ 신뢰. 그리고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 균형감.
17. 가장 소중한 기억이 뭔가요?
→ 9, 15와 동일.
18. 가장 끔찍한 기억은요?
→ 어린 시절에도 있고, 20대에도 있고. 현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질은 하나라고 본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가 내 눈에 안대를 쓰고 스스로 장님이 되어 나를 해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끊어내지 못 한 것.
19. 1년 뒤 갑자기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 당신의 삶을 바꿀 건가요? 왜 그렇죠?
→ 그렇다. 우선 돈 버는 일을 멈추고 14의 것들을 할 것 같다. 돈 버는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늘릴 것 같고.
20. 친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소중한 사람들. 각자 멀리 떨어져 살지만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존재.
21. 사랑과 애정은 당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 내 삶의 중요한 지향점 중 하나. 단, 참사랑과 참애정에 한하여. 워낙 진짜인척 하는 가짜 사랑과 애정이 판치는 세상이라. 그런 사랑이라는 거죽을 뒤집어쓴 가짜라면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22. 상대방의 장점 5가지를 서로 말해보세요.
23. 당신의 가족은 얼마나 화기애애한가요? 당신은 어린 시절을 다른 이들보다 더 행복하게 보냈다고 생각하나요?
→ 화기애애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하지만 질적으로 '좋은 가족', '성숙한 형태의 가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은 별로 없다.
24. 어머니와의 사이가 어떤가요?
→ 좋았다 나빴다 한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으니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싶긴 한데, 엄마에 대한 애정이 아주 깊지는 않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25. “우리”로 시작하는 문장 세 가지를 말해보세요. 예를 들어, “우리는 둘 다 어떠어떠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문장 말이죠.
26. 이 문장을 완성해보세요. “나는 ~ 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 나는 스스로와 타인을 속이지 않고(비겁하지 않으려 애쓰고), 윤리적인 기준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지키는, 끊임없이 성찰하는, 그리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삶을 사는 사람과 함께 생의 과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27. 상대방이 나와 가까운 친구가 되기위해 나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을 말해보세요.
→ 비겁한 사람. 타인을 착취하거나 이용하는 사람. 이성적인 영역과 감정적인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뒤섞어버리는 사람. 자립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28. 상대방에 대해 마음에 드는 점을 말해보세요. 아주 솔직해야 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이야기라도 말해야 한다는 뜻이죠.
29. 당신의 삶에서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이야기해봅시다.
→ 가장 최근의 것은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애들 처럼 굴면서 정치질 하는 것을 목격한 순간. 그리고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정치질에 휘둘리는 사람들. 40, 50살 가까이 먹었음에도 그런 유치한 삶의 행태를 반복하며 사는 인간들을 보면 여전히 좀 당황스럽다.
30. 가장 최근에 다른 사람 앞에서 울었던 것이 언제인가요? 혼자 운 적은요?
→ 21년 마지막 분석에서 분석가 앞에서 아버지나 송 이야기 하면서 운 것. 12월에 송 관련된 꿈꾸고 심란해서 차분히 생각 정리 하다가 운 것.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31. 상대방에 대해 이미 좋아하게 된 것들을 말해보세요.
32. 혹시 농담으로라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혐오성 발언들?
33. 오늘 밤 누구와도 연락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게 된다면,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할 사람이 있나요? 왜 아직까지 그 말을 하지 못했나요?
→ 특별히 없다. 굳이 꼽아야 한다면, 분석가와 최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믿고 애정을 주셨던 분들께 인사를 전하는 것. 가족들과 인사 나누는 것.
34. 당신의 모든 것이 있는 집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다 구한 후 마지막 한 가지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가지고 나올 건가요?
→ 노트북과 보물상자? 노트북은 당장 일을 해줘야 할 곳들이 많아서 그렇고, 보물 상자에는 선물 받았던 편지 책갈피 만년필 같은 것들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소중한 것들이라서.
35. 당신 가족 중에 누구의 죽음을 당신은 가장 슬퍼할 것 같나요? 그 이유는 뭔가요?
→ 전부 다 슬퍼할 것 같다.
36. 당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해보세요. 그리고 상대방에게,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하세요.
(21.12) 이 글은 2017년에 스크랩 해두었던 것인데, 2021년에 공개로 전환하며 31살 막바지 기준으로 답을 달아본다. 싱글이라 이 질문을 함께 나눌 상대방이 없긴 했지만 혼자라도 신나게 달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