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하는 편지
박근혜 탄핵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난 너를 떠올렸어. 가방 안에 짐을 대충 쑤셔넣고, 버스를 몇 번 바꿔탄 후, 너에게로 뛰어가고 싶었어.
우리 처음 집회 함께 나갔던 날이 기억나. 그 날 나는 너무 행복해서 집에 돌아와 함빡 눈물을 쏟았는데… 집회가 끝나고 돌아오던 그 길에는 지금 조명으로 만든 트리와 썰매장식이 가득 채우고 있어. 곧 성탄절이니까 그렇겠지. 아마 나는 별 일 없으면 올해 성탄절 전야에도 집회 현장에 있지 않을까 싶어. 난 요즘도 집회를 열심히 나가. 집회에서 열심히 구호를 외치며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길 때, 난 가끔씩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로맨틱한 장면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곤 해. 촛불을 든 네가 나한테 다가와 초만 챙기로 라이터를 챙기지 못한 나에게 불을 붙여주며 있다 집회 끝나고 회무침에 술 한 잔 하면 어떻겠냐고 말 거는 그런 상상. 바보같은거 알아. 이런 상상처럼 다시 만나기엔 내가 너무 많은 모진 말을 쏟아냈고 이미 네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됐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상상은…할 수 있는거잖아.
네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매고 있어 좋았어. 그래서 너에게 마음을 열었어. 네 가방에 매달려있던 리본이 떨어졌다는 걸 알았던 날, 나는 그 리본을 찾으려고 고개를 푹 숙인채 우리가 걸었던 20km 가까운 길을 다시 걸었었어.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야. 우리가 함께 세월호 리본 제작하는 자원봉사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 시간을 함께 해주는 것도 나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바라봐주던 너의 모습을…난 아무래도 아주 오래 오래 기억할 것 같아.
후. 어쨌든 작은 언덕을 넘은 기념적인 날이야. 탄핵 가결이 헌재를 넘어 잘 매듭이 지어질 때까지 잘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그 때마다 너를 생각하게 되겠지. 하아.. 어쩄든 맛있는 것 먹고 작은 축하 꼭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