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에 올려진 듯
1. 무거운 돌덩이를 품고 사는 기분으로 한 달 반을 지내고 있다.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봉선화 터지듯 눈물이 펑- 터질 것 같은 순간들이 계속 있었다. '저희 사무실은 손 떼겠습니다'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을 다시 꾹 눌러 삼켰다. 함께 일을 하는 기관 담당자들은 내가 그들을 원팀으로 여기며 진심을 다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줄까? 혹은 어떻게든 생색내고 '돈 없다'만 외치는 제작사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나는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떳떳하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다. 정말로, 요즘의 나는 그 마음 하나만 갖고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메일에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우리 사무실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이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장을 적을 때는 감정이 북받쳤다. 실은 그건 내가 나한테 하는 다짐에 가까워서...
2. 안성에서 창환 선배가 일 끝나고 대전에 내려오셔서 같이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돈과 상관없이 일을 도와주겠다는 선배의 말에 참... 감사했다. 선배를 잠깐 뵌 4시간 동안은 정말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3. 모든 인맥을 끌어와서라도, 손해를 감수해야 함에도 이 답없는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것은 순전히 구 연구원님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 때문이다. 작년에 내가 그 분께 하시는 일에 꼭 도움이 되겠다고 약속 드렸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고 싶다.
4. 근데...다 고맙고, 고마운데, 왜이렇게 속상하고 괴롭고 마음이 아프고 슬픈지 모르겠다. 계속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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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0대보다는 20대가, 20대보다는 30대가 더 예쁘다는 오랜 친구의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분석을 적잖은 기간을 받으며 느끼는 것은 살아 온 시간 중 가장 편안한 눈빛으로 살고 있다는 것. 이제는 나도 내가 예뻐 보인다. 하루하루를 프락시스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나와의 관계가 지금보다도 더 편안해질 것이라 믿는다.
6. 창환 오빠 말처럼 사진을 많이 찍고 기록을 많이 해둬야겠다. 특히 부모님. 나.
7. 오늘 내가 클라이언트에게 보낸 메일에 대해 어떤 회신이 올까. 내일은 정리를 해내자,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면 손을 떼는 안까지도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