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로의 출장, 그리고 긴 산책.
어제 갑자기, 예정에 없던 모교로의 출장이 잡혔다.
출장 장소는 내가 학교 다닐 적에는 없었던 건물로 교양관 옆에 아주 깨끗하고 번듯하게 세워져있었다.
그 곳에서 교육학과 학생들이 찍은 단편영화를 보다가 평소보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하게 됐다.
건물을 나와 교양관과 기초관을 지나 내려가면서 참 많은 생각이 났다.
언젠가 그 친구가 수강하던 수업을 도강한 후 함께 손 붙잡고 내려왔던 길 옆으로 상당한 규모의 카페가 들어섰다.
당시 오리떼를 보고 소리를 질렀던 것, 교수가 강의시간에 했던 이야기들에 관해 우리가 치열하게 토론했던 것,
내가 그 친구의 옆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것, 그 친구의 따듯한 눈빛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던 마음과 이성.
나는 그 때의 기억을 촘촘히 떠올리며 훌쩍댔다.
나의 첫 자취 생활이 시작된 동네. 그리고 변함 없는 길. 이 곳은 십 년이 지나도 끄떡없이 이 모습일 것 같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제의 돌다리를 만났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돌다리로 발을 옮겼으나 결국 돌을 하나도 넘지 못하고 돌아섰다.
무슨 호기로운 마음으로 그 친구에게 얼굴 한 번 보자고 얘길 꺼냈던걸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친구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겠구나,
그 친구의 눈빛-그것이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해 흔들리는 눈빛이든 반대로 많은 것을 정리해 차분한 눈빛이든 상관없이-을 나는 감당하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 아직 그 이름의 첫 글자만 들어도 입꼬리가 귀에 걸리고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내가 봤을 땐 너 아무 것도 정리 못했어."
며칠 전 엄마가 했던 말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혼자서 기어 들어간 노래방. 이 노래가 이별에 대한 노래였다는걸 이제서야 알았다.
결국엔 이 시간 역시 보편적인 이별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일부가 되겠지, 아주 오랫동안 그 흔적 속에서 허우적대겠지.
꽤 잘 참아내고 있던 시간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