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파랑새 2021. 11. 9. 00:25

1. 다시 분석이 시작된 이후로 분석 작업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주말의 분석은 아주 큰 망치가 되어, 쾅 하고 나를 내리쳤다. 스스로에게 비겁하지 않겠다는 실낱같은 목소리를 내 안에서 끄집어 냈을 때 얼마나 기뻐했었나. 그렇게 좋아하던 시간이 그리 오래 전의 일도 아닌데, 나는 그 때의 절박한 마음을 놓친 채로 살았다. 

 

2.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했는데 왜 조바심을 내고 어쩔 줄 몰라하냐는 분석가의 말이, 싸늘하고 냉담한 호통처럼 들렸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쉬이 가라앉지 않는 마음들이 있는데 요즘의 나에게는 조바심과 공허함이 그렇다. 조절할 수 없는 마음이 올라와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일수록,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한다. 마음을 점검하고 머리 속을 점검하고 몸을 점검하고 생활을 점검하고 컴퓨터를 점검하고... 다시 저울의 영점을 조절해야 한다. 따듯한 차 한 잔과 가벼운 운동들이 필요한 이유... 

 

3. 농담 안에 들어 있는 칼날에 대해 생각한다. 조금 재미없고 따분하더라도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칼날이 없는, 따듯하지는 않더라도 무해한 말을 건네고 싶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배려든 존중이든 너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엄과 위엄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해 되기 시작한다. 

 

4. 딱 8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