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다시 끝을 맞는 자세
파랑파랑새
2014. 8. 16. 02:34
설레임은 언제나 진부함으로 끝나기 마련이고 사랑 역시 이별로 끝나는게 순리라는걸 머리로는 백 번도 알지만 그럼에도 이별 앞에서 가슴이 아픈건 피할 수가 없다. 우리가 아무리 이별에 대해 명쾌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이성은 진통제가 아니기 때문에 고통의 경감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어쨌거나 나는 기존에 내가 우려한 것보다 훨씬 담담한 상태다. 앞서 이미 몇 번의 이별을 겪어봤고, 그 사이 나이를 좀 더 먹었고, 끝을 질질 끌고 오면서 받은 상처가 이별의 아픔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나 역시 그를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 연애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다면 연애는 사랑의 동의어가 아니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없으며 오로지 나만이 조용히 껴안고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나는 그를 통해 내 주변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고, 내가 오롯한 한 인간으로 독립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나이와 그 사람의 성숙도는 결코 비례하지 않음을 절절히 배웠다.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성숙한 태도로, 조금 더 진솔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