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아서 쓰는 글
시도는 계속 되지만 성과는 요원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요즘 나의 글쓰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몇 주 전부터 내리 시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글쓰기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게 그 사이 완성된 글이 단 한 편도 없다. 어떤 날은 좀 잘 써지는가 싶더니 곧 지지부진해지고 또 어떤 날은 지리멸렬이란 말이 바로 이런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할 만큼 갈피를 잃기도 한다. 한여름의 작렬을 묵묵히 견디듯, 근래의 글쓰기에서 비롯되는 답답함을 견디는게 요즘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완결한 글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내 생각'과 나만의 언어를 갖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글쓰기는 훈련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모사하고 모방하면서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버리기 위한,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나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훈련. 그런데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막막할 줄은 몰랐다. 지금껏 보행기에 의지해서 불완전하게 걸어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걸어다닌 시간이 무려 30년 아닌가. 그러니 보행기를 떼더라도 어설프게나마 설 수는 있으리라, 한 발 자국 정도는 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개뿔이나! 스스로 일어서고 발을 떼고 뒤뚱대며 걷는 과정은 서른 한 살의 나나 갓난 아이가 경험하는 그것이나 별반 다르지가 않아서 그 어떤 어드밴티지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겪어내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 초조함과 조바심을 다스리는 일은 덤이고.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길 위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 말 것, 떠나보내기로 결정한 보행기를 그리워하지 말 것, 내 두 다리를 믿을 것, 다리에 근육을 붙이기 위한 훈련의 시간들이 지루할지라도 성실하게 임할 것, 그 과정 자체를 즐거워 할 것. 그렇게 맘 먹고 한 발자국 떼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완결하는 날이 오면, 여태껏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고장의 산에 올라 글의 전문을 또박 또박 낭독하리라. 그렇게 나의 첫 걸음마를 축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