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그리운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파랑파랑새 2022. 8. 2. 09:12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 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 메리 톨마운틴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류시화 옮김)

 

 

그리운 선생님, 

아침에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서 선생님 계신 공간에 들렀다가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초에 선생님께 편지를 썼지만 부치지 못하였습니다. 

설익고 부족한 마음이 조금만 더 무르익으면, 보기 좋게 정련된 편지를 보내야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선생님 생각을 할 때 마다 차마 보내지 못한 편지를 같이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그 때 마다 편지를 도로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지요. 

그 때 눈 꼭 감고 선생님께 편지를 부쳤으면 어땠을까요, 

이제서야 저는 부치지 못한 편지는 힘이 없다는 것을,

투박하더라도 편지를 보냈어야 함을,

진심을 전할 기회는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과 나누었던 시간과 이야기를 찬찬히 쓸어봅니다. 

마지막에 단단하게 잡아주셨던 손과 당부,

힘 있는 목소리와 말은 여전히 제 가슴 속에 화인으로 깊고 생생히 남아 살아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시절에서 벗어났고, 영혼 깊숙히 났던 상처가 아물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앞으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 속에 남아 계실 것을 알기에, 

그래서 결코 잊혀지지 않으시리란 것 역시 잘 알기에, 

기약 없는 그리움 앞이지만 작별인사를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다시 뵙는 날 까지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Phir milen-g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