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머무를 이야기
그가 보낸 답시
파랑파랑새
2022. 11. 24. 03:27
남자친구와 불편한 대화를 이어 나가던 중, 내가 그에게 이수동 화백의 '동행'을 들어 우리 관계에 대한 불만을 성토 했다. 우리 관계는 마치 내가 나무 같고 네가 꽃같다고. 내가 손을 놓으면 너는 그대로 손을 놓을 것 같다고. 우리는 꽃과 나무가 아니라 서로에게 나무로 존재할 수 없겠냐고. 네가 내 맘에만 의지해 이 관계를 해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겨운 시간과 상황이 오더라도 서로의 곁을 든든한 나무처럼 지켜주면 좋겠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남자친구는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듣더니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그와의 긴 대화를 마치고 나니 깊게 패인 상처 위로 또 한 겹의 얇은 새살이 돋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뒤 그에게서 온 답시. 늘 더 큰 사랑으로 감싸안아 주는 그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먼 길
나태주
함께 가자
먼 길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나도 그 길 위에서
나무가 되고
너를 위해 착한
바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