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이야기

2019. 9. 10. 08:12관찰과 기록, 성찰과 결행/지난 이야기

주변의 어른들이 최근들어 나에게 던지는 이야기에 묘하게 통하는 맥락이 있어 적어둔다.

 

H는 다양한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다소 편협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두고 거기에 내 많은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소주, 막걸리서부터 몇 백 만원짜리 위스키까지 두루 경험해본 이후에 가장 좋아하는 술을 막걸리로 손꼽는 것과 반대로 처음부터 막걸리를 최고의 술로 정해두고 막걸리만 마시는 것은 다를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는데 아직은 그것이 가능한 나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O 역시 나에게 틀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틀을 규정짓는 순간 그 틀 안에 내가 갇히고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자유함을 잃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떤 상황이든지 사람이든지 있는 그대로 두고 지켜볼 것, 그렇지 못한 채 틀 속에 그것들을 그리고 나의 마음이 가장 평안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기운에서 기인한 화는 그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것이지 내가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했다. 본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나열하면서 사사건건 욱하는 것이 관계에 있어 결코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흙탕물이 시간이 지나 가라앉으면 많은 것들이 명료해지는 것처럼, 문제가 될만한 것들은 굳이 끄집어내지 않으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될거라고 했다. 더불어 밀롱가에서 딴다와 딴다 사이에 끼어있는 꼬르띠나에 모든 상태를 0으로 만들고 새로운 이와 새로운 춤을 추는 것처럼, 지나간 사람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것도 있는 그대로'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으니 O는 그냥 흘려 들으면 어느 순간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하였다.   

 

엄마는 내가 O에게 과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나가는 동호회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종류의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아니니, 내가 원하는 종류의 사람이 왜 없는지에 대해 불평불만할 것이 없으며 내가 원하는 사람들이 모일만한 공간으로 스스로 찾아가라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명료해지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라고 하였다.